산업 대기업

ASML-삼성, 차세대 반도체 기술경쟁 '우위' 선점 [한-네덜란드 경제동맹 강화]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3 18:17

수정 2023.12.13 18:17

한국에 R&D센터 합작 설립땐 삼성, 노광장비 공정 최적화
파운드리 1위 TSMC 추격 발판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펠트호번의 반도체장비 생산기업인 ASML 본사에서 클린룸을 시찰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회장, 윤 대통령,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제프리 반 리우웬 국제통상개발협력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펠트호번의 반도체장비 생산기업인 ASML 본사에서 클린룸을 시찰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회장, 윤 대통령,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제프리 반 리우웬 국제통상개발협력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ASML-삼성, 차세대 반도체 기술경쟁 '우위' 선점 [한-네덜란드 경제동맹 강화]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한국에서 극자외선(EUV) 기반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합작 추진하는 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전략적 연대로 풀이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 공정 최적화를 통해 빠른 수율(양품 비율)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ASML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선두인 삼성전자의 손을 잡아 차세대 메모리 노광 공정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2나노 경쟁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TSMC 추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ASML은 7억유로(약 1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정확한 양사의 투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R&D센터가 들어설 지역은 삼성전자와 ASML의 반도체 생산거점이 위치한 경기 화성 부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ASML은 2024년 말 완공을 목표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인근 1만6000㎡ 규모 부지에 2400억원을 투자해 EUV·심자외선(DUV) 관련 장비부품 재제조센터와 트레이닝센터 등 주요 시설이 모인 '화성 뉴 캠퍼스'를 짓고 있다.

ASML은 메모리·비메모리 초미세공정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한다. EUV 노광장비는 기존 불화아르곤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더 미세하게 새길 수 있다. 파운드리의 경우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대당 가격만 2000억원을 훌쩍 넘지만, 연간 생산량이 극히 부족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치열한 장비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ASML이 생산한 EUV 노광장비는 42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에 필요한 EUV 활용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파운드리 분야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사인 TSMC와 기술격차를 줄일 계기도 마련했다. 실제 ASML이 외국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R&D센터를 설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ASML과 협력을 강화해 EUV 노광장비 공급 확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EUV 노광장비는 TSMC의 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기존 EUV 노광장비뿐 아니라 2나노 이하 공정에 필요한 ASML의 차세대 EUV 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장비 선점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과거 한국이 러시아와 함께 우주로켓을 발사하며 로켓 기술을 전수받은 것처럼 공동 R&D센터로 EUV 노광장비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공정 단계 중 가장 중요한 양산 과정에서 수율을 개선해 양산을 수월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