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채권

[fn마켓워치] 불안한 기업들, 금리 높이고 옵션 붙인다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0 14:54

수정 2023.12.20 17:09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기준금리 피벗((금리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고 있지만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초저금리 시대는 사실상 끝이 난 데다 경기 상황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지난 19일 강제상환옵션이 내걸린 사모채 1년물 1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통상 강제상환옵션은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떨어질 경우에 발동된다.

이마트24가 발행한 사모채에 강제상환옵션이 내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면이자율은 연 7.0% 수준으로 높은 수준이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영화관 전문업체 롯데컬처웍스가 이달 15일 발행한 1년 만기 100억원 규모 사모채에도 강제상환옵션이 걸렸다. 금리는 연 6.7%다.

한앤컴퍼니가 주인으로 있는 SK해운도 지난 13일 강제상환옵션을 내걸고 회사채를 발행했다. 해당 채권은 2년물로 표면이율은 연 6.9%에서 결정됐다.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강제상환옵션을 내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강제상환옵션 트리거에 기업들은 차환 리스크가 불거지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5월 2018년 발행한 사모 회사채 1100억원어치를 조기에 상환했다. 신용평가사들이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하향 조정한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사모채에는 '1개 이상의 신용평가사로부터 A0 등급 이하 평가시 강제조기상환해야 한다'는 특약이 붙어있었다. 발행 당시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은 AA0로 우량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수년 새 신용등급이 AA-, A+로 낮아지더니 급기야 트리거(A0)에 도달했다.

이 같은 이유로 AA급 회사채에도 종종 조기상환옵션을 요구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상환옵션까지는 아니라도 고금리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비우량 기업들은 당장 자금 마련을 위해 높은 이자를 얹어주는 모습이다.

동원금속은 지난 15일 110억원 규모 사모채를 연 9.0%에, 코리아세븐은 14일 연 7.0%에 120억원어치 사모채를 각각 발행했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우량 기업들은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비우량 기업들은 고금리의 덫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증권 김은기 연구원은 "크레딧 스프레드축소도 AA등급 우량 등급 위주로 나타나면서 내년 연초 효과에 따른 크레딧 시장 강세 시기에 우량 및 비우량 등급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