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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정치권, 총수들과 '잠시만 안녕'을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0 18:08

수정 2023.12.20 18:08

김동호 산업부 차장
김동호 산업부 차장
"특정인이 계속 가는 방법론을 잘 나눠서 간다든지, 여러 가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장이 꼭 가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은 기업의 다른 사람이 간다 해도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18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외국순방 때 기업인이 너무 자주 동행한다'는 기자들의 평가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올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국외 공식행사에 6차례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도 윤 대통령을 12번 만나며 주요 그룹 총수들 중 가장 많이 대면했다. 올해 국내외 행사까지 합치면 20번이 넘는다.


지난 정부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과 20여차례 만났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5년의 세월을 뛰어넘었다. 비단 코로나 시국과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월등한 차이다. 대한상의 회장이면서도 SK그룹 회장을 겸직하며 언급이 부담스러웠을 법하지만 필요한 발언이기도 했다.

대통령 행사에 재계 총수들의 잦은 동원은 정치권을 넘어 이미 국민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외 공식행사를 합쳐 한 달에 한 번꼴로 윤 대통령을 만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도 역시 각각 6차례 대통령 해외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최근에는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로 인해 악화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한 국제시장 방문이 2주 넘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익살스러운 '쉿' 사진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여러분들 저 먹었습니다'라는 해명에 국민들은 총수들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총수들을 굳이 부산까지 불러 떡볶이 회동을 했어야 했느냐는 반감으로 이어졌다. 넉 달 남은 총선을 앞두고 총수들을 들러리 세운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와 달리 내년 총선이 임박하면 부산 떡볶이 먹방과 같이 직접적으로 총수들을 부르지는 못할 것"이라며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총수들도 있다 보니 과거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올 산업계를 강타한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소비침체,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은 내년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사업계획과 미래 먹거리 구상할 시간이 필요한 총수들을 위해 '헤어질 결심'까지는 아니어도 '잠시만 안녕'이 필요할 때다.

hoya022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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