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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급도 1등급처럼..." 한우 저등급 부위, 숙성 통해 맛의 가치 올려요"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1 13:49

수정 2023.12.21 13:49

등심 등 부위별 편중 심한 한우고기
품질 끌어올려 균형 소비 촉진 기대
[파이낸셜뉴스]
조수현 농업연구관
조수현 농업연구관
한우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육류다. 근내지방도(마블링)가 적절하게 배합된 부위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마블링이 좋은 고기는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주기 때문이다.

한우는 등심 , 안심, 갈비, 채끝 등 구이용 부위에 수요가 편중돼 있다보니 "비싸서 사 먹기 힘들다"는 말을 듣는다.

반대로 한우 농가는 저지방 비선호 부위가 잘 안팔리는게 고민이다. 한우는 약 48% 정도가 저지방 부위로 생산되고, 암소도 약 42%가 2~3등급육으로 출하된다.
한우 1마리에서 나오는 고기의 절반 가까이가 구이용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수요가 적은 저지방·비선호 부위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저지방 비선호 부위의 한우 맛을 좋게 하는 숙성 관리 기술을 개발했다. 조수현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21일 "한우 저지방 부위와 다산 암소 고기의 부가 가치를 높이고,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조 연구관이 생각해 낸 방법은 숙성이다. '숙성'이란 쇠고기를 냉장 온도에서 일정 기간 보관해 맛을 좋게 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쇠고기는 도축 후 사후 강직이 오는데 약 24시간이 지나면 근육 내 효소들에 의해 근섬유가 서서히 분해되면서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맛과 식감이 배가 된다.

그는 "쇠고기는 숙성되면 고기 내 칼페인, 카뎁신 등 단백질 분해 효소 작용으로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맛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는데 주목했다"라고 말했다.

쇠고기의 숙성 방식은 크게 건식 숙성과 습식 숙성으로 나뉜다. 우선 건식 숙성은 소고기를 포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도, 습도, 풍속 조건을 고려해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습식 숙성은 고기를 진공 포장해 온도는 마이너스 1~4도, 습도는 75~85% 수준으로 유지해 숙성하는 방식이다.

조 연구관은 "쇠고기 품질과 기호도 항상을 위한 건식 숙성 최적 생산 조건을 확립했다"면서 "기술 적용 후 숙성 기간을 40일 이내로 하면 육질이 연하고 좋은 풍미와 진한 맛을 가졌고, 건조 감량을 최소화 해 구이용 상품 판매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관은 습식 숙성 기술을 접목한 '한우고기 맛 예측(연도관리) 시스템'도 개발했다. 부위별 육질 특성을 고려해 적정 숙성 기간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 연구관은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 부위, 육질 등급, 숙성 기간, 육질등급 등 소비자의 입맛을 결정하는 요인과 맛 결정 가중치(연한정도 55%, 향미 27%, 다즙성 18%)에 따라 540종의 맛 점수 추 정식을 확립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우 고기는 숙성 기간이 경과할수록 육질이 연해지고 감칠맛이 많아져 진공 포장을 해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이 상품을 관리하기 편리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습식숙성은 가정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조 연구관은 "고기를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진공 포장하거나 랩으로 여러 겹 밀착 포장해 0~4도 김치냉장고에서 1~4주 정도 보관하면 된다"면서 "저등급육(2·3등급)의 경우 진공 포장 상태로 0~2도에서 약 6~7주 보관하면 질긴 고기가 숙성이 되면서 아주 부드러워진다"고 설명했다.

한우고기 숙성 기술 개발 연구 성과는 국내외 논문 9건으로 발표됐다.
관련기술 3건에 대해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22개소에 26건을 기술 이전 했다. 특히 전국 29개소에 신기술 시범 사업을 추진한 결과 상품 구매 소비자의 93.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조 연구권은 "숙성 기술은 적용해 저지방 저등급 부위를 구이용 부위 수준까지 육질과 맛을 향상 시키면 적체 부위 소진은 물론, 부가 가치를 높여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고기 소비가 늘고 있는데, 숙성을 통해 고소하면서 감칠맛이 진한 고품질 한우 상품 등으로 수입육과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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