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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공시 투명성 재정비하자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5 18:41

수정 2023.12.25 18:41

김현정 증권부 차장
김현정 증권부 차장
"최근 수년 사이 돈을 벌어보지도 못한 기업들이 주식연계채권을 많이 발행했다. 내년에는 이런 기업들의 부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돈을 벌어 보지도 못한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회사채를 찍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저금리 기조 속에 넘치는 유동성 효과가 한몫했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의 '만능키'가 됐던 주식연계채권은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 적자까지 겹치며 원금 조기회수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자를 위한 공시는 더 투명하고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 9월 대유플러스의 BW 풋옵션은 대유위니아그룹의 줄도산 리스크 시작을 알렸다. 풋옵션 비율과 기업의 현금 수준을 투자자들이 알았다면 투자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공시위반 의혹까지 겹쳤다. 대유플러스는 풋옵션 자금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지난 7월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추가로 발행했지만 정작 해당 자금은 사용되지 않았다. '허공으로 사라진 자금'에 채권자들은 공시위반에 해당한다며 소송에 들어갔다.

설령 공시의무가 없는 사항이더라도 알리지 않은 정보는 결과적으로 투자자를 기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EDGC는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을 설득해 풋옵션(조기상환청구)을 취소토록 했다. 풋옵션에 그대로 대응할 경우 현금이 없는 회사로서는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상황은 어느 곳에도 공시되지 않았다. '공시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풋옵션을 취소한 투자자 일부는 뒤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시되지 않은 채 CB 투자자와 기업의 사전협의는 일반 투자자에 대한 '기만'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공시는 아쉬운 대목이다.

내년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은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0~2% 사이를 오가는 초저금리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이를 버텨내야 한다.

기업 회계와 공시 투명성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투자자들의 알권리를 위한 공시 투명성을 정부와 기업이 더욱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다.

khj9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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