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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온플법 규제에 6조 투자한 '쿠팡 로켓망' 물거품되나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6 15:19

수정 2023.12.26 15:19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이하 온플법)을 추진하자 수조원을 투자한 쿠팡의 전국 로켓배송망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경쟁 유통업체들은 반사이익도 예상되는 '로켓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쿠팡은 국내 유통업체에서 유일하게 수조원에 이르는 물류망 투자로 로켓배송 소비자 혜택을 늘려왔는데, 이번 규제로 로켓배송이 끊기면 전통 유통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온플법 확대 적용하면 로켓배송도 위험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수의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온플법 대상에 로켓배송의 쿠팡도 포함되는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가 추진중인 온플법은 매출 규모와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 넘으면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자사우대·멀티호밍·끼워팔기·최혜대우 등 4가지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이다.

공정위의 '독과점 심사지침'에 따르면 자사우대는 온라인 기업의 자체 상품과 서비스를 타사 대비 '유리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끼워팔기는 특정 서비스에 가입하면 별도로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 혜택 등을 제한한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와 함께 다른 서비스를 거래하는 것은 강제 행위'라는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쿠팡에 대입하면 와우 멤버십 혜택인 쿠팡플레이 무료시청을 '끼워팔기'로, 무료 로켓배송·반품과 환불, 고물가로 인기가 높은 자체브랜드 상품(PB)도 자사우대 항목으로 정부가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른 경쟁 유통사나 경쟁사에 없는 쿠팡의 본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온플법의 타격받을 수 있는 셈이다.

온플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IT업계에서는 "이용자나 매출이 경쟁 서비스 대비 많으면 독과점이라는 시각이 전제가 된 법"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쿠팡 규제하면 전통 유통사 '반사이익' 예상
물류 혁신을 통해 유통 업계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쿠팡은 규제를 받고, 기존 유통사들은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 10여년간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6조2000억원을 투자,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건립했다. 2021년 뉴욕증시(NYSE) 상장 이후 2021년 조달한 투자금(1조4374억원)만 미국의 한국 직접투자(FDI)의 절반에 달하는 등 2년 연속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 1위였다. 택배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수년간의 적자 끝에 현재 강원도·전라도·경상도 등 인구소멸 지역을 포함해 시군구 180여곳에서 로켓배송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의 120곳과 비교해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고용인원은 삼성,현대차에 이은 3위로, 2018년 말 1만9481명에서 올 11월 6만7980명으로 5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마트3사의 전국 점포 수는 2014년 404개에서 올해 375개로 줄었다. 쿠팡의 고용인원이 5년간 5만여명 가량 늘 때, 전통 유통사들의 수천명 이상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수요가 늘때 혁신과 변신을 하지 않은 점이 전통 유통업체들의 투자축소를 불렀다"며 "로켓배송을 규제하면 대형마트 소비수요가 늘겠지만, 물류망 미비 등으로 빠른 배송을 원하는 전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해소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독과점 기준, 300조 이상 되어야
온플법의 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통합시장 경쟁'이라는 최근 공정위 관점으론 쿠팡이 독과점 사업자가 되기 어렵다.

공정위는 최근 올리브영에 대해 "지배적 시장사업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헬스앤뷰티(H&B) 시장은 오프라인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600조원에 이르는 유통시장(소매판매액)에서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4.4%로 신세계·이마트(5.1%)에 이은 2위고 롯데(2.5%)의 추격을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독과점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50%가 넘어야 한다. 유통업 독과점 사업자는 매출이 수백조원에 이르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유통시장(통계청 소매판매액)은 지난 2012년 230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600조원대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학계에서도 온플법 반대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독과점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토종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혁신을 저해해 소비자들의 후생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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