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친구·가족과 대화 많을수록 검은 유혹 쉽게 끊어낼수 있어" [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6 18:34

수정 2023.12.26 18:34

(4) 미국서 청소년 마약퇴치 위원회 코야드 이끄는 폴 임 총재
좋은 유대관계가 예방 첫발
캘리포니아 등 5개州 학교에서
동아리 기반으로 다양한 캠페인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학생에는
美대통령 이름으로 봉사상 수여
코야드 코리아 본격 활동 시작
한국도 마약 접하는 나이 어려져
美같은 '좀비도시' 등장 막으려면
학교 중심으로 교육하는게 중요
26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빌딩에서 만난 폴 임 코야드 총재가 청소년 마약 근절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폴 임 총재는 "한국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청소년 마약 예방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26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빌딩에서 만난 폴 임 코야드 총재가 청소년 마약 근절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폴 임 총재는 "한국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청소년 마약 예방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마약중독 예방의 첫 번째 걸음은 소통입니다. 급증하는 청소년 마약범죄를 막으려면 우선 집에서 아이들과 부모가 대화하는 기회를 더 많이 늘려야 합니다.
"

26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만난 폴 임 코야드(Council Of Youth Anti-Drug·청소년 마약 퇴치 위원회) 총재는 마약중독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커뮤니케이션 강화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와 부모 사이에 대화가 많을수록 마약의 유혹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코야드는 미국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마약중독 예방운동 단체다. 조지아주, 아이오와주, 위스콘신주,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총 5개 주의 20여개 초·중·고등학교·대학교 등에서 동아리 활동을 조직하며 마약중독 예방활동을 한다. 동아리 활동에 성실히 참여하는 학생은 미국 대통령 명의의 자원봉사상을 받을 수 있다. 대학 입시 과정에서 유리해진다고 한다.

코야드는 마약중독 예방활동을 위해 3C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캠프(Camp· 동행)와 캠페인(Campaign·운동), 센터(Center·중심)로 이뤄진 3C 시스템을 통해 리더십 훈련 등과 같은 동아리를 조직하고, 세미나 등 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학교 동아리 간 연합활동을 전개한다.

임 총재가 처음부터 마약중독 예방활동에 나선 건 아니었다. 임 총재는 20대 중반인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요식업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교통사고를 계기로 개종하면서 선교사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가 찾아왔다. 1992년 구소련으로 건너간 그는 마약에 중독된 엘레나라는 19세 대학생을 만났다.

이 학생을 돌보면서 마약투약이 범죄일 뿐 아니라 중독성 높은 질병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마약중독은 본인에게도 고통이지만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가족과 지인 등 주변 사람들도 고통을 받게 된다"면서 "엘레나와의 만남은 마약중독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약중독 예방교육, 커뮤니케이션 회복이 중요

임 총재는 마약중독 예방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강조했다. 예방보다 재활에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활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임 총재는 "마약은 투약 시 비정상적인 도파민이 나와 쾌락을 주기 때문에 중독되면 엄격한 재활치료가 아니고서는 스스로 끊기는 대단히 어렵다"면서 "누군가 마약을 같이 하자고 유혹하더라도 이를 저항하고 뿌리칠 힘을 먼저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코야드의 동아리 활동 포인트는 두 가지다. 동년배 간의 유대관계 형성과 함께 가정에까지 유대감을 형성토록 한다. 임 총재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와 대화해야만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예컨대 코야드의 동아리 활동에서 니코틴이 뇌에 어떤 작용을 하게 하는지 배웠다면 그날 집에 가서 부모들과 배운 지식을 나누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독된 사람들도 가정에서의 소통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마약에 접근하게 되는 3가지 행동패턴을 예로 들었다. 세상에 대한 공포감으로 얼어붙고, 주변과 다투고, 소통 없이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이 마약의 유혹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임 총재는 "마약중독자는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므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만이 있다. 이 때문에 혼자 돌아다니면서 마약과 같은 독극물에 중독되는 것이다"라며 "결국 그들을 둘러싼 가족, 친구와 같은 네트워크가 복원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마약중독 예방교육 강화를"

임 총재는 지난달 13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코야드 코리아 발대식을 갖고 한국에서도 청소년 마약퇴치 동아리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늘어나는 10~20대 마약사범 증가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10월 단속된 마약사범이 2만23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1만5182명) 증가했다. 특히 10~20대 마약사범의 증가세가 도드라졌다. 10~20대 마약사범은 7754명으로 지난해(5041명) 대비 53.8% 증가해 전체 마약사범의 34.6%를 차지했다.
3명 중 1명이 20대 이하인 셈이다. 2017년 119명에 불과하던 10대 마약사범은 지난 10월 기준 10배에 가까운 1174명으로 급증했다.


임 총재는 "미국 사람들도 불과 10년 전까지는 오늘날처럼 펜타닐이 미국 전체를 '좀비도시'로 만들 것이라곤 상상을 못했다"면서 "마약과의 전쟁을 하려면 학교에서 마약중독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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