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채권

[fn마켓워치] '혼란한 채권시장 속' 새해 우량채 봇물 …목표치 4조원 육박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31 15:34

수정 2023.12.31 15:34

[파이낸셜뉴스]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건설업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채권시장에서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은 조달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기업들로 분주하다.

1월 수요예측 명단에 몰린 기업들의 회사채 목표치는 4조원에 육박한다. 유동성이 넘쳐 수요예측 흥행 릴레이 현상이 나타나면 실제 발행액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12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4년 1월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는 기업은 한화그룹, 롯데그룹, SK그룹 계열사 등 총 20곳에 이른다. 이들 기업이 수요예측에서 목표로 한 금액만 약 3조9600억원 수준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수요예측에서 흥행할 경우 목표치의 두 배 가까이 증액카로 했다.


수요예측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AA등급 이상 우량채가 주를 이룬다. 싱글 A급도 대기업 계열사들은 모회사의 후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내년 첫 수요예측에 도전하는 회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다. 1월 3일 2000억원을 목표로 투자자 모집에 나선다. 한화솔루션(AA-·2000억원)과 한화에너지(A+·800억원)이 같은 달 5일과 10일에 바통을 이어받는다.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로 불리는 롯데쇼핑(AA-)은 1월 18일 2500억원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흥행시 최대 5000억원까지 늘려 발행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AA0)도 같은 달 25일 2500억원 규모의 사전청약에 나선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미래에셋그룹이 스타트를 끊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다음달 4일 1000억원, 미래에셋증권이 10일께 3000억원을 목표로 사전청약을 진행한다.

건설사로는 유일하게 현대건설(AA-)이 22일 1400억원을 목표로 공모시장에 도전한다. 이 밖에 CJ제일제당(AA0), KCC(AA-), LG유플러스(AA0), HL만도(AA-), 신세계(AA) 등도 새해 첫 달 회사채 발행시장에 나온다.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은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종료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에는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지만 건설업계의 부진으로 연초 효과가 예상보다 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영증권 이경록 연구원은 "신용스프레드가 올해 저점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내년 크레딧 연초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스프레드 축소는 시장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건설업계 PF 우발채무 등 크레딧 시장의 여러 악재를 언급하며 "크레딧 스프레드가 좁아질 만큼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우량 크레딧물에 미치는 건설업계 침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교보증권 정윤정 연구원은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시장 원칙에 따라 일부 부동산 PF사업장은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발언했다"면서 "비우량 여전채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은 재차 높아질 수 있지만 우량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