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국제 구리 가격, 2025년까지 75% 급등할 수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3 15:37

수정 2024.01.03 15:37

국제 구리 시세, 2025년까지 75% 급등 전망
t당 8000달러 후반에서 1만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친환경 전환 및 달러 약세로 수요 폭증
주요 광산 문 닫으면서 공급도 문제
칠레-페루, 세계적인 친환경 전환으로 수혜 예상
2006년 8월 21일 칠레 발파라이소 항구에서 현지 인부가 아시아로 향하는 구리 주괴를 확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2006년 8월 21일 칠레 발파라이소 항구에서 현지 인부가 아시아로 향하는 구리 주괴를 확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부분의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핵심 금속이자 모터와 배터리 등 전기 관련 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금속인 구리의 가격이 2025년에 75% 가까이 뛴다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산업 전환으로 수요가 급증할 예정이지만 채굴에 차질이 생기는 등 공급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수요 급증, 2025년까지 75% 올라

미국 경제매체 CNBC는 2일(이하 현지시간) 다국적 시장조사 업체 피치 솔루션 산하 원자재 시장조사업체인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 등 주요 조사업체를 인용해 이같이 내다봤다.

영국의 런던금속거래소(LME)에 의하면 2023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거래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t당 8559달러였으며 CNBC 보도 당일에는 8544.5달러(약 1115만원)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2022년 3월에 t당 1만730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같은해 7월에 700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에 다시 올라갔다. 시세는 같은해 5월과 11월의 급락을 넘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 씨티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구리 가격이 2025년에 1만5000달러(약 1957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격 상승의 첫 번째 원인은 수요 증가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은행의 매티 자오 아시아·태평양 기초소재 대표는 "구리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거시적인 요인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지적하고 2030년까지 구리에 대한 국제 수요가 420만t 더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당시 COP28 회원국들은 최종 합의문에서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고, 무탄소 및 저탄소 자동차를 포함하여 도로 교통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줄인다고 약속했다.

해당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구리가 필요하다. 구리는 전기와 열 전도성이 우수하여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지만 특히 배터리와 전기 모터, 발전기 코일, 전기를 사용하는 각종 배선 등에 많이 쓰인다. 전기차나 풍력 발전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금속이기도 하다.

아울러 구리는 미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가치가 내려갈수록 상대적으로 구매 부담이 줄어든다. 이는 각국의 구리 사재기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오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의 전망대로 2024년 들어 기준 금리를 낮춘 다면 달러 가치가 내려간다고 지적했다.

비단 달러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구리 자체가 산업계 전반에 쓰이는 만큼 국제 경제가 살아날수록 구리 수요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씨티은행은 보고서에서 가격 상승 전망에 대해 “이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충격 없이 안정화되고 국제 경제가 조기에 회복되며, 중국이 상당한 돈풀기 전략에 나서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라고 짚었다.

지난달 10일 파나마 도노소에서 촬영된 퍼스트퀀텀미네랄(FQM)의 광산.EPA연합뉴스
지난달 10일 파나마 도노소에서 촬영된 퍼스트퀀텀미네랄(FQM)의 광산.EPA연합뉴스

공급 부족도 문제

구리 가격은 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공급 감소 때문에 더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파나마 정부는 지난달 8일 캐나다업체인 퍼스트퀀텀미네랄(FQM)이 운영해온 코브레 파나마 광산의 생산을 중단하라고 공식 명령했다. 해당 광산은 연간 40만t의 구리를 생산할 수 있다. 같은날 영국의 다국적 광산기업인 앵글로아메리칸도 남미에서 구리 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내년 구리 생산 목표를 20만t 줄였으며, 2025년에는 추가 감산할 예정이다.

국제 연구 단체인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은 지난해 10월 예측에서 올해 수요를 초과하는 구리 공급이 46만7000t 규모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의 공급 과잉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지난달 공급 감소 소식으로 빗나가게 됐다. 미 골드만삭스는 관련 보고서에서 약 50만t의 공급 부족을 예상했다. 이어 2024년에 구리 가격이 1만달러에 이를 수 있으며 씨티은행이 예상한 것처럼 2025년에 1만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BMI는 이러한 구리 가격 상승으로 칠레와 페루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칠레와 페루는 2022년 기준으로 각각 세계 구리 생산국 1위와 2위에 올랐다.
두 국가 모두 전기차 및 친환경 산업에 필수적인 리튬같은 광물이 풍부하여 국제적인 미래 친환경 산업 전환에서 이익을 누릴 수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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