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아버지 장례식 날, 불려가 '학폭' 당한 고등학생.."온몸 피멍, 난청까지"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5 09:27

수정 2024.01.05 09:27

KBS 갈무리
KBS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한 고등학생이 아버지 장례식 날 동급생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제주 동부경찰서는 고등학생 A군에게 폭력을 행사한 동급생 B, C군을 공동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B군 등은 A군을 두 차례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8일 A군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러내 폭행했다. 가해 학생 B군은 A군과 얼마 전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다가 학교에서 폭력 행위를 일삼아 강제 전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학한 이후에도 이전 학교 동급생을 불러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A군이 온몸에 피멍이 들게 맞은 이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아버지 발인이 있던 날, 가슴이 아프다며 가족들에게 고통을 호소했지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가해 학생들의 폭행은 A군의 아버지 장례식 이후 더 심해졌다. 첫 폭행이 있고서 6일 뒤인 같은 달 14일 새벽에는 A군을 제주 건입동의 한 빌라에서부터 인근 공원까지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으로 끌고 다니며 2시간 가량 폭행했다.

A군의 가족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 중) 유도하는 친구가 힘 조절 없이 계속 때렸다. 유도 기술 업어치기로 정자에 부딪히게 하고 온 감정을 실어서 죽으라는 식으로 때렸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를 토하고 코피를 흘렸다는데, 가슴 치다가 뺨 때리다가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그만하라고) 말할 힘도 없었다고 한다. 집에 올 때는 피를 다 씻게 한 후에 택시 태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A군은 가족들에게 끝까지 폭행 사실을 말하지 않다가, 극심한 고통에 결국 친척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A군 어머니는 상처를 본 의사의 진단을 통해 뒤늦게 아들이 폭행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진단서에는 "친구들에게 구타당한 이후 생긴 어지럼증, 두통, 좌측 난청 증상이 있다. 향후 최소 3~4주 이상의 약물 치료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라고 적혀 있다.

A군은 결국 전치 4주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A군 어머니는 B군 등을 고소하고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이들이 자퇴를 하면서 학폭위 자체를 열 수 없게 됐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B군 등을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A군 가족들은 보복, 추가 폭력 등을 피하기 위해 이사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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