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일상화된 기후재난과 '안전한 여행'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9 18:01

수정 2024.01.09 19:09

장인서 문화스포츠부 기자
장인서 문화스포츠부 기자

해외여행의 첫 번째 이점을 꼽는다면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식견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하고, 낯선 장소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는 용기를 갖춰야 한다. 혹여 이런 마음가짐으로 여행을 떠났다 해도, 기상악화로 생기는 항공기 결항과 지연 등 돌발상황은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또 이후에 겪게 될 갖가지 현실적 고충은 여행의 추억을 악몽으로 뒤바꿔버린다.

2024년 새해 첫날 일본 노토반도를 강타한 규모 7.6의 지진과 지난해 12월 발생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은 악몽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섬뜩한 시그널을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 지도를 바꿀 정도의 강진과 화산 대폭발, 대형 쓰나미 등은 지반운동이 주원인인 지질재해에 속한다.
지난해 8월 하와이 마우이섬 대화재 역시 기후변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근대 기상학이 축적해온 현재의 기상관측 기술로는 지질재해를 온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막대한 인명사고는 물론 재난국가의 산업 전반, 나아가 무역 대상국에까지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

피해가 복구되기까지 정부 차원의 셧다운이 진행되면 여행업계 또한 모든 운항을 멈출 수밖에 없다. 특히 기후재난 빈도가 잦아질수록 본격 회복세에 진입한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은 또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1월 국민 해외관광객은 2030만명으로, 2019년 동기 대비 77% 수준을 회복했다. 전 세계 리오프닝과 더불어 일본, 동남아 등 근거리 지역 중심으로 여행심리가 빠르게 되살아난 점이 주효했다. 그럼에도 완전한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이런 와중에 기후리스크 관리와 비상대응 역량까지 적극 내세워야 여행객을 안심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겨울시즌 인기 여행지였던 일본에서 발생한 재난인 만큼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토반도 지진에 이어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충돌사태 직후 일본 여행이 안전할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패키지 일정과 상관없는 지역이라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뉴얼에 따른 최선의 답변이었겠지만 불안한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해외 패키지상품 홍보 문구로 자주 등장하는 '안전한 여행'은 전문가 동반 및 의료서비스 지원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약한 여행지의 재해 소식을 듣고 SNS 문답으로 일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소비자를 위해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안전'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해야 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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