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불났는데 케이지에 갇힌 핏불테리어 소방관 눈썰미 덕에 구사일생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1 09:47

수정 2024.02.01 11:54

케이지 안 핏불 테리어 한 마리.. 연기 흡입해 짖지도 못해
인명 수색 나선 구조대, 시커먼 연기 속에서 개 사료 발견
지난 1월 31일 불이 난 울산 남구의 한 5층 건물 내부에서 반려견 케이지에 갇힌 채 연기를 흡입하고 있던 핏불 테리어 한 마리가 울산남부소방서 119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울산남부소방서 제공
지난 1월 31일 불이 난 울산 남구의 한 5층 건물 내부에서 반려견 케이지에 갇힌 채 연기를 흡입하고 있던 핏불 테리어 한 마리가 울산남부소방서 119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울산남부소방서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시커먼 연기 속 화재 현장에서 개 사료를 본 119구조대원의 신속한 판단 덕에 반려견 케이지에 갇힌 채 질식사 직전에 있던 반려견 한 마리가 구사일생으로 구조됐다.

1일 울산 남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오전 10시 12분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5층 주상복합건물에 불꽃과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신속 출동해 불이 난 집의 현관문을 개방했을 때는 내부가 이미 새까만 연기로 가득 차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화재 진압과 동시에 구조대가 곧바로 인명 검색을 실시한 결과 집안에는 인기척이 없었고 아무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울산 남부소방서 구조대 김동순 팀장은 시커먼 연기 사이로 벽에 걸린 가족사진과 거실 바닥의 개 사료를 발견하고, 갓난아기 또는 반려견이 탈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함께 출동한 김세연 소방교와 함께 다시 수색에 나선 김 팀장은 거실 구석에 놓여 있던 반려견 케이지를 발견했다.

케이지 안에는 핏불테리어 한 마리가 웅크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한참 동안 뜨거운 연기를 들이마신 것으로 판단됐다.

핏불테리어는 덩치가 컸고, 맹견류인 관계로 우선 김 팀장과 김 소방교 두 사람이 케이지 채로 들고 밖으로 나와야 했다.

당시 아기와 가족들은 모두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세현 소방교는 "케이지 안에 있던 반려견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소방관들이 집안에 들어왔지만 짖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분비물도 여기저기 보였다"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 핏불테리어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고 연락을 받고 달려온 주인에게 인계됐다.

불은 소방대원에 의해 약 15분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화장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동순 팀장은 “어느 현장에서든 작은 생명조차 놓치지 않게 항상 주의를 기울여, 언제나 그렇듯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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