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3년만에 실체 드러난 '신생아 학대' 사건, 검찰 "병원 12명 집단 공모"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1 14:55

수정 2024.02.01 14:55

병원장→행정부장→의사·수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지시내려 '공모'
병원은 재판에서 여전히 혐의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신생아 학대' '사건 범행 개요도. 이미지=부산지검 서부지청 제공
'신생아 학대' '사건 범행 개요도. 이미지=부산지검 서부지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신생아 학대’ 범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병원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정에 서게 됐다. 아기의 부모가 처음 의혹을 제기한 후 3년 만에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병원 측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부산지검 서부지청 금융경제범죄전담부(장욱환 부장검사)는 증거위조, 의료법 위반, 위증 등 혐의로 A병원 수간호사, 행정부장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병원장, 의사,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병원 관계자들이 ‘신생아 학대’ 사건 발생 이후 수사에서 재판까지 3년간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집단 사법방해를 한 사안”이라며 “병원 관계자 전부가 역할 분담 하에 치밀하게 범행 은폐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 7일 새벽 1시께 간호조무사는 생후 19개월 아기가 자지 않고 보챈다고 폐쇄회로TV(CCTV) 사각 지대로 데려가 귀를 당기고 비틀어 전치 21일의 상처를 입혔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들은 이를 ‘학대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목욕시간에 면봉으로 태지를 제거하다가 발생한 상처’라고 은폐하려다 사건을 오히려 일파만파 확대시켰다.

병원 관계자들은 학대 의심을 피하기 위해 3차례에 걸쳐 간호기록부 활동양상 부분의 ‘매우 보챔’을 ‘양호’로 고친 새로운 차트를 만든 뒤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또 피해 아기 가족들이 면봉과 배냇저고리 등 증거물을 찾기 위해 신생아실 내부와 병원 밖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을 알면서도 피 묻은 배냇저고리 1장을 몰래 버린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이 ‘면봉에 의한 과실’을 입증할 서류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한 뒤에는 ‘이 사건 상처는 면봉에 의해 발생한 상처로 추측된다’는 허위 소견서까지 작성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법정에서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허위 진술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판단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아 재판을 진행하던 검찰은 ‘CCTV영상에서 확인되는 간호기록부 내용’과 ‘수사기관에 제출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이들의 공모는 병원장→행정부장→의사·수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순차적으로 지시가 내려가는 형태로 꾸며졌다. 검찰은 “폐쇄적·수직적인 병원 조직적 특성 때문에 3년 동안 은폐된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단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적용된 병원 관계자들에게 아동복지법위반상 아동학대 혐의로 먼저 기소한 뒤 나머지 위조·위증 등 혐의를 추가로 확인했다. 다만 ‘신생아 학대’ 부분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재판 중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도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사법질서 근간을 뒤흔드는 사법방해사범에 대해선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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