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빗나가는 물가 전망에 '빅데이터·기계학습'으로 파훼법 찾는 한은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6 12:00

수정 2024.02.06 12:00

한국은행, BOK이슈노트 보고서 발간
경제이론 기반 인플레 전망 정확도↓
빅데이터 및 AI, ML 등 신기술 적용
실제 한은의 공식 전망치 반영은 ‘아직’
지난 4일 과일판매대 앞에서 한 시민이 차례상에 올릴 것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과일판매대 앞에서 한 시민이 차례상에 올릴 것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빅데이터, 기계학습(ML) 알고리즘 등을 적용한 새로운 물가 전망모형을 개발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이론에 기반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실제치를 크게 하회하자 인공지능(AI), ML 알고리즘 등 데이터 분석 기술을 거시경제 변수 전망에 활용해 정확도를 높이려는 조치다.

6일 한국은행은 ‘빅데이터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한 실시간 인플레이션 전망’이라는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주요국들은 서비스 경제로의 변환, 기대인플레이션 관리의 중요성 증대 등 경제구조가 변화했음에도 기존 경제이론에 의존해 인플레이션 전망에 실패했다.
예를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는 2021년 고물가 현상을 필립스 곡선에 기반한 전망모형을 기반으로 공급충격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과소평가했다.

이에 보고서는 빅데이터와 ML 알고리즘을 이용한 인플레이션 전망모형을 개발하고, 이에 기반한 실시간 전망 프로세스 및 시각화 방안을 검토했다. 경제이론에 기반한 모형의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힘들지만, ML 알고리즘을 활용한 트리 기반 모델의 경우 고용·금리·물가 등 변수 간 비선형, 상호의존적 관계를 다량의 데이터로부터 학습해 자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보고서는 우선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고, 전망담당자가 인플레이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298개의 예측변수, 트리 기반 ML 및 선형회귀모형 기반 실시간 전망 프로세스와 전망결과를 시각화했다. 예측변수 그룹은 가격, 생산·경기변동, 금리·환율 등의 거시경제 그룹과 정책·해외요인(재정수지, 주요국 경제지표, 유가), 대체 데이터(텍스트, 전력사용량) 등으로 구성했다.

모형은 △트리 기반 ML(익스트림 랜덤 트리(EXT), 랜덤 포레스트) △선형회귀모형 △앙상블(ML과 선형회귀모형 전망치의 평균) △벤치마크(임의보행, ARIMA 모형)을 사용하였으며, 매주 빈티지 데이터셋을 생성하고, 전망시계(당월, 3개월, 12개월)에 대한 실시간 인플레이션 전망 프로세스 구축했다. 또 매주 업데이트되는 인플레이션 전망치와 변동요인을 통해 인플레이션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RTF(real-time forecasting) 그림으로 시각화했다.

전망모형을 지난 2016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기간에 대해 최적 전망모형을 탐색한 결과, 모든 전망시계와 예측력 평가 기준에서 EXT와 선형회귀의 앙상블 모형이 벤치마크 대비 가장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특히 2016년 이후 전체기간 중 모든 전망시계에 대한 평균방향정확도(MDA)는 0.6 이상이며, 특히 변동성이 컸던 2021년 이후 기간에 대한 MDA는 0.7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MDA는 평가 기간 중 실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지 또는 하락할지를 얼마나 정확히 맞추는지 평가한 지수다.

아울러 보고서는 앙상블 모형을 이용해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하고 하락하는 등 우리나라 물가 흐름이 크게 바뀐 지난 2020년 10월과 2022년 7월을 대상으로 실시간 전망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2022년 7월 기준 당월 전망에서 전월대비 소폭의 상승을 정확하게 전망했고, 3개월, 12개월 전망에서도 이후의 소폭 하락과 큰 폭의 하락을 예측해 공식 통계가 공표되기 전에 인플레이션 변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보고서는 향후 경로에 대한 실시간 전망도 수행했다. 실시간 전망 결과 올해 1월의 당월 전망에서 첫째 주부터 둘째 주까지는 3.1% 수준으로 12월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마지막 주에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 영향이 반영돼 실제값(2.8%)에 근사한 2.9%가 산출됐다. 전망오차도 모형 개발을 완료한 2023년 10월 이후 0.2%p 이내(당월 전망 기준)로 매우 작은 수준이었다.

다만 이번 모형이 실제 한은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알고리즘을 활용해 효율적인 전망 프로세스를 만들었으나 신뢰성과 안정성이 중앙은행의 인플레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만큼 후속 연구를 통해 개선할 부분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또 3개월 및 12개월 전망의 경우 당월 전망에 비해 예측오차가 크고, 12개월 전망의 경우 월중 새로 추가되는 정보의 예측력 개선 효과가 낮은 등 한계점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창훈 한은 디지털혁신실 디지털신기술팀 과장은 “현재 한국은행에서는 다양한 인플레이션 전망 모형들을 활용해 여러 전망치를 근거해서 판단을 통해 공식 전망을 내고 있다”며 “해당 모델은 아직 실험적인 단계에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이며 현재까지 공식 전망으로 활용될 계획은 없으나 후속연구를 통해서 전망도를 높여간다면 공식 전망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