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정부-출판協 '보조금 동상이몽'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6 19:01

수정 2024.02.06 19:01

유선준 문화스포츠부
유선준 문화스포츠부
"수익금 누락 조사와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국가보조금을 교부할 수 없다."(문화체육관광부)

"국가보조금 회계처리는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해왔기 때문에 보조금 중단을 당장 풀어야 한다."(대한출판문화협회)

서울국제도서전 등 국가보조금을 두고 정부와 출판계 간 갈등의 골이 새해에 들어서도 깊어만 가고 있다. 그간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등 출판사업에 보조금을 주며 지원해왔으나 이를 전면 중단했다. 회계보고 누락 등으로 수사를 받는 출협과 윤철호 출협 회장에게 보조금을 배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출협은 "보조금 회계처리는 그간 문체부가 승인해온 것"이라며 명예훼손 등 혐의로 문체부 관계자 4명을 고발한 상태다.


이 같은 민관의 깊은 갈등으로 서울국제도서전 개최 및 해외도서전 참가 등 출판 해외교류 사업들이 불투명해졌다. 해외에서 불고 있는 'K북 열풍' 호재 속에 양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K북의 해외시장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물론 출협은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지원 중단 사태를 비판하면서도 보조금 없이 도서전을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문체부는 출협과 대화 없이 'K북 해외시장 진출계획'을 자체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양측이 대화와 화합 없이 독자노선을 고집할 경우 혼선과 중복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한 출협은 예산부족으로 추진력을 잃게 되고, 문체부는 해외네트워크 결여와 출판계 참여 저조 등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수십년 만에 다시 불고 있는 'K북 열풍'이 사그라드는 건 아닐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양측의 견해차로 그 피해가 결국은 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순리다.

문체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보조금 집행부터 중단하는 것을 재고해야 하고, 출협은 정부 조사에 착실하게 임해 회계의 투명성을 독자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현재 서점가는 다시 시집이나 자기계발서가 주목받고 있고, K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미디어 셀러'가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해외에서도 K컬처의 인기에 힘입어 K북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호재 속에 양측의 갈등으로 'K북 열풍'을 멈추게 하는 우는 결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양측이 서로 만나 진정한 소통을 하는 것이 순서다.

rsunj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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