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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공사비 갈등, 시장 안정화 발목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18:33

수정 2024.02.14 18:33

김서연 건설부동산부 차장
김서연 건설부동산부 차장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사비 인상 요구액은 기존 2조6363억원에서 4조755억원이다. 인상 폭만 무려 1조4392억원에 달한다. 3.3㎡당 공사비로 따지면 기존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50% 이상 오르는 셈이다. 기존 공사비는 지난 2019년 5월 기준이고, 조정된 공사비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물가상승분과 설계변경 부분이 반영됐다.


조합 측은 협상단을 꾸려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인상 폭이 워낙 커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인근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사비 인상을 놓고 수개월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지난해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조합 측에 요구했다. 조합은 "지난 2021년 공사비를 한 차례 인상했는데,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심상치 않다. 예전에는 지방, 수도권 외곽 등 사업성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갈등이 벌어졌다면 최근에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까지 확산되고 있다.

인건비 인상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시멘트·원자재 값 상승 등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사비 갈등은 극적으로 타결돼 다행히 공사가 재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법정다툼 등으로 비화되기 일쑤다. 공사중단이 발생할 경우 추가 공사비가 늘어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부 역시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공사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비사업 표준계약서'를 마련, 일선 현장에 배포했다. 설계변경과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기준 등이 담겼다. 다만 법적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해 현장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사업장 상황도 제각각이어서 모든 갈등이 해결될지도 미지수다.
물론 표준계약서 활용을 권고하는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다.

조합과 시공사 간 원만한 갈등 해결이 최상이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사비 갈등이 주택공급 차질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ssuccu@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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