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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퍼주기 공약에 경종 울린 용인경전철 판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5 19:12

수정 2024.02.15 19:12

"전 시장 등에 214억원 청구하라"
‘이전투구’ 총선 후보들 자성해야
용인시청 앞을 경전철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용인시청 앞을 경전철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세금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 경전철 사업에 대해 전임 용인시장 등에게 214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지난 14일 나왔다. 이번 소송은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삼은 최초 사례다. 이번 판결은 선심성 개발공약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용인 경전철 사업은 객관적 근거 없이 밀어붙이는 개발이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거덜 낼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당시 시장은 하루 이용승객이 13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을 덥석 받아들였다. 이를 근거로 90%의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민간 투자사를 유치해 사업을 단행했다.

그러나 실제 운행하고 보니 이용객 숫자가 예측의 5~13%에 그쳤다. 과도한 수요예측과 사업성과에 집착한 용인시의 결정이 불러온 결과는 재앙 수준이었다. 용인시는 민간 투자사에 거액의 돈을 물어주면서 천문학적 손해를 입었다. 2022년까지 4293억원을 지급한 데 이어 2043년까지 추가로 1조원 이상을 지급해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 용인시가 버티는 게 신기할 정도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뒤집어써야 한다. 복지에 쓸 돈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용인 경전철은 무리한 개발사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 본보기 정책이었다. 그 과정을 뻔히 지켜보고도 지자체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같은 전철을 밟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2011년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 역시 수요예측 실패로 매년 막대한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 경전철 역시 승객 수가 예측의 40%를 넘지 못해 막대한 빚을 남긴 채 4년10개월 만에 사업자가 파산했다. 2019년부터 새로운 사업자가 운영 중이나 여전히 밑 빠진 독에다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실패한 행정을 반면교사 삼아 실정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이런 묻지마 개발행태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묻지마 개발공약들이 그렇다. 서울과 전국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남발되는 지하철도 건설이 한 예다. 선심 쓰는 데는 여야 모두 다를 바 없다. 달빛고속철도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강행된 것도 여야의 합작품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쟁과 이념에 매몰된 후보들의 이전투구가 격화되고 있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재정손실은 현세대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용인 경전철 판결처럼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주체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명한 정책경쟁을 펼치는 당과 후보자에게 표를 줌으로써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
퍼주기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실행 가능성과 재정건전성을 합리적으로 살펴 포퓰리즘 행태를 심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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