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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지나도 장바구니 물가 고공행진… 해법이 안보인다 [약발 안먹히는 고물가 대책]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8 18:31

수정 2024.02.18 18:31

공급 늘린 과일 물량 모두 소진
물가 상승률 3%대 재진입 전망
유류세 인하 4월까지 2개월 연장
수입 과일 매출이 증가한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과일이 진열되어 있다. 업계는 고물가 여파로 국산 과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과일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
수입 과일 매출이 증가한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과일이 진열되어 있다. 업계는 고물가 여파로 국산 과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과일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
명절 연휴가 끝났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필수재 물가는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통 명절에는 수요가 몰리며 평상시보다 차례상 물가가 상승한다.
하지만 명절이 끝나도 장바구니 가격은 고공행진을 그리고 있다.

사과·배 가격은 명절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차례상 가격 안정을 위해 공급량을 늘리면서 계약재배 물량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할인 지원 외에 특별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일·유가·외식물가 모두↑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사과 10개 소매가는 2만9715원, 배 10개는 3만8462원으로 1개월 전(2만6399원, 3만1910원) 대비 각각 12.6%, 20.5% 뛰었다.

이는 설 연휴 직후 할인 폭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사과 4만9000t, 배 4만3000t을 계약재배해 물가안정을 추진했으나 설 연휴에 공급량을 늘리면서 모두 소진된 상황이다.

지난달 과일 물가는 26.9% 뛰며 2011년 1월 3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체 물가상승률 2.8%에 대한 과일 물가 기여도는 0.4%p로, 이 역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여기에 최근 국제유가도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77.3달러까지 떨어진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의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 등 중동지역 불안이 확산하면서 다시 80달러대를 돌파했다.

외식 물가도 심상치 않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1월 서울 기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대표메뉴 가운데 칼국수와 냉면, 비빔밥 등 3개 품목 가격이 전달보다 올랐다. 서울에서 칼국수 가격은 2022년 3월 8000원을 넘은 뒤 올해 9000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다섯 달 연속 8962원을 유지하다가 1월 9038원으로 오른 것이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3%로 오를 것으로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특단의 대책 없는 정부

문제는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할인 지원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오는 3월까지 약 300억원을 투입해 과일, 오징어 등 불안품목에 최대 40~50% 할인 지원을 계속할 방침이다.

특히 과일은 정부 계약재배 물량이 소진된 만큼 민간 보유물량을 파악해 수급상황을 관리할 예정이다.

또 올해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을 각각 6000t, 2000t 확대한다. 내년 이후에도 계약재배 물량 확대를 위한 농가 직접지원 등 제도개선을 추진, 수급불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방출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조치도 2개월 추가 연장한다. 최 부총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제유가와 국내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조치를 2개월 연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류세 정상화를 4월 총선 이후로 미룬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때도 국제유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서민들이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정부는 고유가 등을 이유로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유류세 인하조치를 2·4개월 단위로 연장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가는 국내상황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국제정세 등과 맞물려 오르내리기 때문에 할인 지원 외에 특별한 대책을 세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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