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슬기로운 공유재산 활용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9 18:06

수정 2024.02.19 18:06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수십년 동안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는데 왜 그래?" 옥천군 공유재산 담당 주무관이 군 소유 땅에 무허가 농막을 세우고 염소를 키우던 민원인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지방자치단체 소유 재산인 공유재산 관리 업무는 거센 민원 때문에 공무원 사이에서는 기피 대상 업무로 유명하다. 소위 말하는 폭탄을 건드릴까봐 불법을 알아도 넘어가거나 현장 조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옥천군 담당자는 전임자들이 관행적으로 연장했던 대부계약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무단점유와 같은 불법을 해소하였다. 꼼꼼한 관리에 '공유재산은 마음대로 써도 된다'던 주민들의 인식도 바뀌었다고 한다. 덤으로 세외수입 2억 6000만원도 생겨 어려웠던 군 재정에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옥천군은 공유재산 관리 우수사례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2023년은 지방자치단체에게 보릿고개였다. 자치단체에 들어오는 세금과 지방교부세가 함께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었다. 행정안전부는 마른 수건을 짜내는 마음으로 자치단체와 함께 묘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특히 지방시대를 맞아 스스로 벌어 스스로 쓸 수 있는 자주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고민하였다. 그 일환으로 공유재산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등기가 되어 있지 않는 누락된 재산을 찾고, 사용처 없이 놀고 있는 재산은 활용하자는 것이다. 옥천군이 추진했던 무단점유 재산에 대한 조사도 물론 포함하였다. 이러한 의견을 종합하여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는 '공유재산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자치단체와 함께 현장 곳곳을 다녔다.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발굴한 재산은 총 5조4000억원에 달했다. 면적으로는 여의도의 8.3배 수준이다. 자치단체는 이번에 발굴한 재산을 활용해 추가적 부지매입 없이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주민이나 기업에게 빌려주면 지속적인 수입도 생긴다. 토지가 너무 작다면 인근 토지 소유주에게 팔거나 국가 또는 다른 자치단체와 교환하여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실제 대전광역시는 지난 2년간 불필요한 토지를 교환하거나 매각하여 33억원을 확보하였으며, 인제군은 자투리 토지에 주민들을 위한 작은 주차장을 만들기도 하였다. 철저한 조사만으로도 재정을 건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다만 전국적으로 1026조원에 달하는 공유재산을 자치단체만의 노력으로 관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에 행안부는 2024년에는 보다 체계적으로 지역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공유재산 총조사'를 추진한다. 약 520만 필지의 토지와 16만 동의 건물을 대상으로 공적장부를 정비하고 누락된 재산을 빈틈없이 발굴할 계획이다.
공적장부 자동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성공적 조사를 위한 기반도 함께 마련한다. 또한 '공유재산 관리 분석·진단' 제도를 도입하여 자치단체별 강점과 약점을 집중 분석한다.


옥천군이 그동안 묵혀뒀던 공유재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2억 6000만원의 수입을 마련한 것처럼, 지역의 공무원과 주민들이 공유재산에 관심을 갖고 지혜를 더한다면 자치단체의 자주재원도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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