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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제4 이통사, 왜 만드는 거예요?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1 15:28

수정 2024.02.22 10:34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방해하고 있다. 후발 사업자를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1위 이동통신 회사의 요금인하 계획을 정부가 불허했다. 결국 정부가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쓸 뻔 했었다. 20년 쯤 전 애송이 기자 시절, 정부가 SK텔레콤의 요금인하 계획을 퇴짜놨다는 제보(?)를 받았다. 기사 제목과 주제를 부장에게 보고하고, 확인 마쳤으니 특종을 내놓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부장은 단칼에 "한 글자도 쓰지 말고 당장 회사로 돌아와!" 했다.

[서울=뉴시스]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사진=뉴시스

전국을 사업 영역으로 하는 기간통신사업은 초기투자비용이 막대하고,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는 순서가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가른다. 선발사업자는 인프라 투자를 마치고 가입자를 확보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시점인데,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후발 사업자는 막대한 투자비를 쌩돈으로 틀어막고 선발사업자의 가입자를 빼내는 버거운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후발사업자를 탄생시켜 투자 경쟁을 촉발하려는 정책목표가 있던 정부는 후발사업자에게 그만큼의 보호조치를 보장하고 사업자를 만들어냈다. 제일 직접적인게 요금 메리트다. 소비자들이 이름도 낯선 후발회사의 서비스에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싼 요금을 보장해 주기 위해 일정기간 선발사업자가 요금을 내리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워놓는 것이다. 후발사업자가 경쟁의 몸집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선발사업자의 요금 규제를 풀어준다. 이런 통신 경쟁정책의 기본도 모르는 애송이가 대놓고 정부를 비판하겠다고 덤볐으니, 당시 나의 부장이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일반적으로 경쟁회사를 풀어놓으면 가격인하라는 효과가 제일 먼저 나타나는게 시장원리지만, 통신산업에서는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나는데까지 일반산업 보다 오래 걸린다. 현재 3개 이동통신 사업자 구조로 보면 후발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경쟁의 몸집을 갖췄다고 정부가 판단하는데까지 15년 정도 걸렸다.

한국 네번째 이동통신 회사를 표방한 스테이지엑스가 28㎓ 주파수를 4301억원에 경매로 매입하고 시장 진입 채비에 나섰다. 스테이지엑스가 무사히 시장에 진입하면 2000년 정부가 3세대(3G) 이동통신 회사를 허가한 이래 24년만에 새 이동통신 회사가 생긴다.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지 호기심도 생기고 기대도 크다.

한편에는 정부를 향해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지금은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자를 허가제로 결정하지 않으니, 새 통신사업자의 사업 여부는 오롯이 기업의 사업전략이다. 그러나 정부도 정책자금을 4000억원씩이나 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다양한 정책지원을 공언하고 있으니 정책의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딱히 정책의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 정부의 새 통신사업자 선정 목표는 투자경쟁이었다. 후발사업자가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 선발사업자도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고, 세계 최강 IT인프라를 갖춰 통신장비와 단말기, 부가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되는 생태계 선순환을 유도하는게 정책 목표였다.

게다가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지원 목표는 통신요금 인하를 노리는 것처럼 오해까지 생긴다.
통신시장에서 후발사업자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 효과를 보려면 2~3년 안에는 목표달성이 어려운 것을 잘 알테니 통신요금 인하가 정책목표 일 리 없다. 그런데도 시장과 소비자가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탄생으로 당장 통신요금이 인하될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면 정부가 잘못 소통하고 있는 것 아닌지 짚어봤으면 한다.
정부가 정책자금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니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정책의 목표를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정확히 설명할 의무는 정부에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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