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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의료대란 엄정 대응하되 대화 불씨는 살려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1 18:34

수정 2024.02.21 18:34

병원이탈 수술취소 혼란 거듭
특권의식 버리고 해법찾아야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정부가 면허취소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책을 꺼냈지만 전공의들 집단행동은 막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일 오후 전체 전공의 중 3분의 2가 병원을 떠난 것으로 21일 파악했다.

여기에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까지 불붙고 있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27개 의대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전날 수치를 합치면 9000명 가까이 신청한 것인데, 이는 전국 의대생의 44%에 이른다. 휴학계를 제출하지 않은 의대생들은 수업거부 등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의료계의 반발은 예상됐던 바다. 그렇지만 개혁 때마다 보이는 이기적인 집단행동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틀째 전공의들이 사라진 현장에선 환자들 신음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예정된 수술이 취소됐다며 방법을 찾고 싶다는 암환자 가족들의 사연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빅5' 병원은 예약 수술 절반을 취소했으며, 이제 진료 예약까지 취소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지역별 전공의 파업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까지 등장했다. 암환자단체 대표는 "의사들 제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말 그대로 의료대란이다.

20년 가까이 동결됐던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에 맞서 환자를 팽개친 의료계에 지금 우군은 없다. 한국 의사 수는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적고, 필수·지역 의료는 현재 붕괴 수준이다. 의사를 많이 뽑는다고 무너진 필수·지역 의료가 바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의사 수를 우선 늘리고 필수의료 수가를 올리면서 지역 의사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게 의료개혁의 골자다. 세부 이견은 있을 수 있겠으나 대의를 거부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수십차례 의·정 협의가 있었고 충분히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도 파업밖에 방법이 없는지 묻고 싶다. 의사들은 결국 구제된다는 과거 경험이 이 상황을 불렀다는 어느 의대 명예교수의 일침까지 나왔다. 이 교수는 자신도 평생 의사로 살아왔지만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의사가 많다는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환자 생명은 절대 흥정이 될 수 없다"며 "이익집단이 된 의사 사회가 투쟁방식을 성찰해야 한다"고 했는데 백번천번 지당한 말이다. 이번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에 묵시적으로 동조한 교수 등 선배 의사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내용이다.

정부는 의료계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을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과거 개혁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더불어 세부 이행안에 대해선 열린 마음으로 의료계와 계속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의대 학장들은 증원학생의 현실적인 교육 문제도 걱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가 인상 폭도 논의가 필요하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자세로 대화의 문은 열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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