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기업 자율성에 기댄 밸류업… 저평가 탈출 '기대반 우려반' ['밸류업' 베일 벗었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6 18:35

수정 2024.02.26 18:35

"국내 자본시장 한단계 도약 계기"
세정지원 넘어 세제지원도 기대
"구체적인 내용 없고 소통도 부족"
밸류업 지수·ETF 효과에 의구심
기업 자율성에 기댄 밸류업… 저평가 탈출 '기대반 우려반' ['밸류업' 베일 벗었다]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투자자들을 저평가된 기업으로 대거 이끌 수 있을지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섞여 나온다.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다수지만 세정지원이 실제 기업들의 중장기적 변혁을 유도하고, 관련 지수·상장지수펀드(ETF)가 자금유입 창구로 기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운영방안'에 대해 이 같은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세부사항에 대해선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핵심은 기업에 스스로 바뀔 동기를 제공할 것인지와 장기성이 담보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정부·기업 간의 원활한 소통과 지속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래야 국내외 시장참여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균형 잡힌 내용을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시장과의 소통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저평가된 기업에 자금을 유입시킬 창구로 제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ETF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도 갈린다.

한 자산운용사 ETF 부문 펀드매니저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수가 나오면 여러 회사에서 ETF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운용사 임원은 "장기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기 테마에 그친 채 수많은 ETF 가운데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기존 저PBR 테마상품과 편입종목 측면에서 차별성을 가지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수 구성 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비롯해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지침을 밝혔으나 지난 6일 '자본시장 정책과제 추진방향'에서 크게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는 점 역시 힘을 빼는 요소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중장기적 관리를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처음 지수를 만들 때 많은 기업을 포함시키지 못할 수 있다"며 "시간이 더 지나면 공시된 내용 이외에 전문가들이 별도의 평가를 거쳐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을 추가 편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코스피(지수)가 바로 오르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고, 5~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우수한 기업들이 시장에 알려지고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적 시각에서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금 관련 지원책에는 기대감이 모였다. 이번에 발표된 금융위 차원의 세정지원에서 나아가 절세를 가능케 해 실제 기업들을 움직일 세제지원으로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골자는 목표 설정의 적절성, 계획 수립의 충실도, 이행 및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을 종합평가해 매년 5월 상장사에 '표창'하는 것인데 이에 따른 대표 혜택이 밸류업 지수 편입 우대를 빼면 5종 세정지원이다.

세정지원에는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이 포함된다.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반기 안에 준비되는 방안부터 발표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 내용에 따라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라는 프로그램 목적의 달성도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중견 이하 소기업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자사주, 배당, 투자 등 다방면에 걸친 강력한 세제혜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