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TV·방송

"죄책감 안놓쳤죠" 최우식과 '살인자ㅇ난감'의 기묘한 조우[인터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7 11:40

수정 2024.02.27 11:47

배우 최우식 /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제공 /사진=뉴스1
배우 최우식 /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평범한 대학생이 우연한 계기로 살인자가 된다는 설정의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배우 최우식의 ‘기묘한 측은지심’ 덕을 꽤 봤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옥자’와 ‘기생충’에 최우식을 캐스팅한 이유로 “기묘한 측은지심”을 꼽았다. 마른 체형의 유약한 느낌을 가진 ‘기묘한 측은지심’ 최우식이 아니었다면, '다크히어로'인지 '자기합리화에 빠진 살인자'인지 아니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강한 듯 나약한 인간'인지 헛갈리는, 이탕의 캐릭터가 잘 표현됐을까?

동명웹툰 원작의 '살인자ㅇ난감’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죄와 벌’의 문제의식을 함께한다. 이창희 감독은 극중 이 책을 카메라에 쓱 담는 것으로 원작자 및 자신의 연출 의도를 드러냈다. 이탕과 송촌이 우연한 계기로 살인을 저지른 뒤 선택에 내몰린다면,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전인미답 이론에 근거해 살인행위를 했다는 점이 다르다.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는 가난에 찌든 고독한 대학생으로, 스스로 초인 사상에 빠져 살인을 저지른다.
자신을 ‘나폴레옹’처럼 비범하고 강력한 소수인간이라 여긴 그는 한 마리의 ‘이’에 불과한 무자비한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죽이고, 우연히 범죄현장을 목격한 그의 이복 여동생마저 죽인다. 소설은 살인 후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과 죄책감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원작 웹툰에서 이탕은 자신의 살인행위를 합리화한다. 프로파일링에 취미가 있는 해커 노빈과 손잡은 뒤 마치 살인병기처럼 신체적으로도 단련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최우식의 이탕은 살인 후 죄책감에 시달리며 죽은 자를 보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괴로워하고, 운동을 통해 팔의 근육 등을 키웠으나, 그 모습이 그렇게 부각되진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몸을 키우려 했으나 “왠지 얼굴 살이 쪄” 난감한 상황에 빠진 최우식의 사정도 한몫했지만 해석의 차이도 컸다.

최우식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작에선 스스로 (살인 행위에) 타협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저는 ‘타협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으면 했다”며 “갈 곳을 잃고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나밖에 할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계속 (살인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탕을 연기함에 있어 “죄책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이탕이 노빈(김요한)과 함께 범죄자 청소에 나서는 과정을 몽타주로 표현하는데, 그 순간에도 죄책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희준이 연기한) 송촌과 차이점을 많이 생각했죠. 송촌이 본인과 타협하고, 자기합리화하여 나아가는 인물이라면, 이탕은 경험이 쌓이면서 외적으로 바뀔 수 있으나 머릿속엔 감정의 격돌이 여전하다고 생각했죠. 초기 자살 시도하거나 바지에 똥오줌 지릴 때도, 나중에 노빈한테 무섭다, 모르겠다 토로할 때도, 그리고 마지막 형사 난감(손석구) 앞에서 마무리 지을려고 할 때도 전 이탕이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한번도 자신의 살인을 합리화하고 능력있다고 생각하면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는 이탕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노빈과 함께 저주같은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봤다"며 "타인과 소통 등이 없어지기 때문에, 갈수록 더 터프하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부연했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사진=뉴스1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사진=뉴스1


“영화나 드라마에서 살인이 일상적으로 나오나, 아무리 생각해도 살인은 그래요. 만약 제가 (이탕처럼) 그런 힘이 있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고 잡아가라고 했겠지, 살인은 아니라고 봐요.” 아무리 죽어 마땅한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사적 복수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아직도 현장에선 떨려요"

한편 최우식은 공식석상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보다는 겸손하거나 어수룩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성격을 드러낸다.

그는 초기작 ‘거인’(2014)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고 ‘기생충’으로 미국배우조합상 최고영예인 앙상블상도 받았는데 왜 그렇게 자신감이 부족하냐는 지적에 “‘기생충’은 훌륭한 배우들 틈에 제가 끼어있었던 것”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이어 “그래도 제가 (인정을 받은) 몇몇 작품이 있어서 행여나 넘어지더라도 (쟤가) 오늘 컨디션이 안좋았나 봐라든지 그렇게 생각해줄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게 아닌가. 그래서 (상받은 작품들이 있어) 다행이고, 든든하다”며 현재의 명성이나 인기에 안주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에선 아직도 많이 떨립니다.
근데 대부분의 배우들은 매번 자신의 연기에 물음표를 던져요. 그래서 좋은 연출이 있어서 (배우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보고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 제가 (주위에) 많이 어깨를 기댑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