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이란, 무장 조직에 직접 '美 공격 중단' 지시...정면 충돌 우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8 05:00

수정 2024.02.28 05:00

이달 초부터 이라크 일대 미군 기지 피습 급감
지난달 미군 사망 및 보복 이후 친이란 조직들의 도발 멈춰
이란 정부에서 직접 친이란 조직 뜯어 말려 '美와 전쟁하면 모두 위험'
가자지구 휴전 무산되면 무장 조직 도발 재개될 수도
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슬람 시아파 무장 조직인 이라크 인민 동원군(PMF) 병사들이 최근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병사들의 장례식에서 고인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슬람 시아파 무장 조직인 이라크 인민 동원군(PMF) 병사들이 최근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병사들의 장례식에서 고인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0월부터 이라크와 시리아 등 중동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던 친(親)이란 무장 조직들이 이달 들어 미군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했다. 관계자들은 미국과 정면 대결을 걱정한 이란이 직접 나서 무장 조직들을 뜯어 말렸다고 전했으며 미국 역시 보복성 공습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란이 직접 나서 중동 조직 말려
미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일 이후 이라크에서 미군 기지를 노린 공격이 1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는 2건의 경미한 도발이 관측됐다.
관계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약 4개월 동안 이라크·시리아 및 인근에서 미군을 겨냥한 공격이 최소 170건이었다고 설명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탄생한 이란의 이슬람 시아파 정부는 이후 수니파 중심의 중동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다양한 시아파 무장 단체를 조직 및 지원했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카타이브 헤즈볼라(KH) 및 하시드 알 사비, 하시다 알 사비 산하 조직인 하라카트 헤즈볼라 알 누자바(이하 누자바)같은 시아파 조직에 무기 및 자금 등을 대고 있다. 하마스는 수니파지만 이스라엘이라는 공동의 적을 위해 이란과 협조하고 있으며 시리아의 시아파 정부도 이란과 손을 잡았다. 이들은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저항의 축'을 자처하고 있다.

이란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저항의 축 단체들을 동원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도발을 지휘했다. 후티 반군은 예멘 인근 홍해를 지나는 서방 상선을 공격했으며 이라크와 시리아의 조직들은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

친이란 조직들은 이란의 의도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NYT는 미국이 2020년 이라크에서 암살한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소장의 부재를 지적했다. 혁명수비대 해외 공작 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을 맡았던 그는 활동 당시 이슬람국가(IS) 토벌전이 한창이었던 만큼 이라크 인근 시아파 조직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다. 가자지구 충돌 직후 무장 조직의 도발 전략에 개입한 이란 지휘관은 솔레이마니의 뒤를 이은 에스마일 카아니 준장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카아니가 세부사항에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요르단에서 KH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자지구 사태 이후 처음으로 미군 병사 3명이 사망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카아니는 지난달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무장 조직 지휘부를 긴급 소집해 더 이상의 도발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인 사망으로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할 수 있으며 미국과 이란이 정면충돌하면 중동 내 미군 철수라는 시아파 조직들의 대의 역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카아니는 무장 조직들의 노력으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커졌고 이스라엘과 미국 간에 틈이 생겼다며, 이미 충분히 미국을 압박했다고 강조했다.

2명의 이란 관계자에 따르면 KH와 누자바 대표들은 카아니에게 격렬히 반발하며 미군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무하마드 시아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까지 나서 무장 조직을 설득했다. 그는 무장 조직이 계속 미군을 공격하면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철수 협상이 어려워진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3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맡은 에스마일 카아니 준장이 전임자였던 가셈 솔레이마니 소장의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여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달 3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맡은 에스마일 카아니 준장이 전임자였던 가셈 솔레이마니 소장의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여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중동 충돌 일단 멈출 수도
KH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더 이상 이라크 정부를 난처하게 하지 않기 위해 이라크 일대에서 미군을 상대로 하는 군사작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란 및 미국 관계자에 의하면 무장 조직들은 카아니와 회의 이후 쿠르드족 자치 구역을 포함한 이라크 전역에서 미군기지 및 대사관을 상대로 군사 도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은 시리아의 경우 미국인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발 강도를 낮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은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일 시리아·이라크의 쿠드스군 시설 및 관련 친이란 조직 시설을 폭격했다. 공습은 7개 지역에서 85곳 이상의 목표물을 겨냥해 진행됐다. 미국은 지난 7일에도 바그다드 한복판에서 KH의 지휘관을 드론으로 암살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미군 사망에 이란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란이 공격자들에게 무기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난 이란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다만 미국 또한 불필요한 긴장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일 이후 최소 1회 이상의 무장 조직 지휘관 암살 계획이 있었지만 적대감을 더 이상 올리지 않기 위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필요시 추가 공습 계획이 있었지만 부작용 우려 때문에 실행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2022년 4월까지 미 중부 사령부 사령관을 맡았던 지난 케네스 F. 매켄지 주니어 예비역 해병대 대장은 바이든 정부가 이란의 책임을 주장하면서도 이란을 직접 공격하지 않은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을 수도 있다"고 평했다.

미 조지 워싱턴 대학의 시나 아조디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란은 미국과 직접 대면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미국인이 또 사망하면 미국과 전쟁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조디는 "이란은 무장 조직들을 일단 멈춘 다음 미국과 전쟁이 이란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저항의 축 전체에 해롭다는 점을 설명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충돌 강도는 이제 이스라엘의 손에 달려 있다.

관계자에 의하면 이란은 이라크 일대 조직들에게 도발 자제를 주문하면서도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는 도발 강도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헤즈볼라는 미군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상대하는 만큼 날마다 이스라엘 북부에 포격 등 군사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후티 반군은 저항의 축 가운데 이란의 지시를 가장 적게 받는다고 알려졌다. 후티 반군은 22일 발표에서 홍해의 상선 공격을 계속한다고 주장했으며 미군은 24일 예멘에 4차 공습을 실시했다. 2명의 이란 혁명수비대 관계자는 현재 이스라엘군이 포위중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역을 언급했다. 이들은 만약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공세를 시작하면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이 도발 수위를 높인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은 카타르 및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의 라파 진입을 말리는 동시에 가자지구 휴전을 중재하고 있다. 바이든은 26일 휴전 협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3월 4일부터 휴전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재국들이 제안한 휴전안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약 40명을 석방하면 이스라엘 역시 약 3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주고 6주 동안 가자지구에서 교전을 멈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3월 10일까지 휴전 협상이 완료되지 않는다면 라파 지역에 진입한다고 예고했다.

26일(현지시간) 남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로 추정되는 무장 조직이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남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로 추정되는 무장 조직이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EPA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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