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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김형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2 15:38

수정 2024.03.02 20:35

'파묘' 김고은 /사진=뉴스1
'파묘' 김고은 /사진=뉴스1

공포 영화 한 편을 떠올려보자. 그때 입었던 옷도 기억나는지? 어쩌면 ‘교복’ 아니었을까?

공포 영화 시장은 작다. 작년에 개봉한 공포 영화 48편의 관객은 314만 명, 영화 ‘파묘’ 한 편보다 적었다. 관객 2억 명 시대(2013~2019)에도 공포 영화 관객은 연평균 534만 명(±161만 명) 정도였다.

공포 영화는 원래 인기가 없다. 장르 선호도 조사에서 늘 하위권이다(영진위, 영화소비자 조사 2007~2022). 그마저도 관객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낮아진다.

확장성도 없다.
최근 3개년 평균 선호도는 2.5%, 작년 시장 점유율도 2.5%. 딱 수요만큼만 소비됐다. 한 편이 반짝 흥행해도 장르 선호도로 이어지진 않는다.

시장이 반토막 난 지금, 이래저래 공포 영화는 가장 시도하기 힘든 장르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는 공포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된다.

첫째, 공포 영화는 10대 유행을 만든다.

공포를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가 10대다. 실제 구매로도 이어진다. 10대의 공포 영화 예매 비율은 다른 장르보다 높다. 예컨대 ‘파묘’의 10대 예매 비율 5.5%가 공포 영화 흥행의 기준선이다(CGV 기준). 또 10대는 주로 친구들과 본다(영화소비자 조사).

영화관에서 “XX, OO 무섭네”라는 삼삼오오 중고생들 특유의 비속어가 들린다? 그러면 그 공포 영화는 어른들은 몰라도 10대의 ‘유행 상품’이다. 가령, ‘사탄의 인형’을 보진 않았어도 그 시절 또래는 ‘처키’를 다들 아는 것처럼.

그 경험으로 10대 관객은 짧으면 1년, 길어야 6년 후에 영화 시장의 새로운 중심이 된다. 그렇게 공포 영화는 10대를 영화관으로 이끌어 미래 관객을 만든다.

둘째, 공포 영화는 영화 세대를 만든다.

어느 시대든 그랬다. 한 세대가 10대 시절 처음으로 공유하는 영화가 공포 영화다. 그 공포 영화의 기억 구간이 영화 세대를 만든다.

코로나19 이후 기존 흥행 공식을 무시하는 저 관객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어디서 왔는가?

공포 영화는 알고 있다. 지금 40대는 교복 입고 서울극장 매표소에서 줄 섰던 ‘여고괴담’ 세대다. 30대 ‘장화, 홍련’들은 직장에서 ‘고死’하기 전에 ‘오싹한 연애’라도 하고 싶다. 20대는 ‘컨저링’, ‘애나벨’, ‘연가시’를 봤던 중고생이 ‘변신’한 이들인데 ‘곤지암’에서 왔다. 10대는 ‘프레디의 피자가게’에 갔다.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한국 공포영화 모음' . 2021.07.20.(사진=아리랑TV)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한국 공포영화 모음' . 2021.07.20.(사진=아리랑TV)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랑종' 스틸 컷 © 뉴스1 DB /사진=뉴스1
'랑종' 스틸 컷 © 뉴스1 DB /사진=뉴스1

셋째, 공포 영화는 새로운 영화계를 만든다.

공포 영화 시장은 작으니까 본전을 낮춰야 한다. 그래서 대개는 신인 피디, 감독, 작가, 배우가 투입된다. 필연적으로 기존 흥행 공식이 체화되지 않은 영화가 나와야 맞는다. 그런데도 굳이 흉내 낸 영화는 역시 필연적으로 망한다.

신인들의 영화를 성수기에 열어줄 영화관은 없다. 틈새를 비집고 배급해야 한다. 광고 예산도 적으니 홍보 마케팅도 달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공포 영화의 시체를 넘고 넘어 새로운 영화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탄생한 영화 스타들. ‘여고괴담’ 시리즈의 김규리, 최강희, 윤지혜, 공효진, 송지효, 김옥빈, 오연서 등등등. 그리고 ‘진실게임’의 하지원, ’연가시‘의 이하늬, ’곤지암‘의 위하준.

넷째, 공포 영화는 지금이니까 필요하다.

영화계는 인력을 줄였고, 더 줄이고 있고, 더욱 줄일 예정이다. 정작 전략은 그대로다. 초대형 영화들로 한 방! 그런데 그 방식은 현재 관객에게 통하지 않는다. 재작년은 코로나19 후유증이라고 우겼지만, 작년 실적으로 확실해졌다.

중소형 공포 영화는 해볼 만하다. 확장성이 낮은 만큼 타깃도 확실하다. 여유가 없는데 다른 장르 관객을 유입시키려고 헛심 쓸 필요도 없다. 공포 관객에게만 집중하면 지금 시장에서 200만 명이다.

당연히 그 정도론 판을 못 바꾼다. 그렇긴 한데, 작년에 200만 명 넘은 한국 영화는 6편뿐이었다.

다섯째, 공포 영화는 한국 영화니까 유리하다.

공포 영화는 ‘문화 할인률(Cultural discount rate)’이 높다. 문화 상품이 다른 문화권에 들어가면 문화 차이 때문에 가치가 할인되게 마련이다. ‘겟 아웃’, ‘어스’, ‘놉’ 등 필 조던 감독의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10대는 그 영화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컨저링’, ‘애나벨’처럼 괴담 영화들은 10대가 선택했다. 대신 경쟁이면 괴담 영화에도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다. 2018년 당시 10대는 ‘곤지암’을 ‘더 넌’, ‘인시디어스4’보다 더 많이 선택했다.

여섯째, 공포 영화는 새로운 흥행 공식을 만든다.

공포 영화는 ‘세대 할인률’도 높다. 특정 세대의 공포는 다른 세대에게는 매력이 떨어진다. 10대의 공포를 40대가 아는 척할 순 있어도 그대로 느낄 순 없다. 지금 10대와 30년 전의 10대가 느끼는 공포는 종류와 강도가 다르다.

그러니 공포 영화는 10대 시절의 경험이자 전환점이다.
그 경험과 전환점을 지나온 어른들은 공포 영화와 점점 멀어진다. 대신 10대 시절 봤던 그 배우들의 다른 영화를 본다.
그렇게 새로운 관객과 새로운 영화계가 재회하고, 새로운 흥행 공식이 탄생한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놉' 스틸 /사진=뉴스1
'놉' 스틸 /사진=뉴스1

영화 '곤지암' (사진=쇼박스 제공) / 사진=뉴시스
영화 '곤지암' (사진=쇼박스 제공) / 사진=뉴시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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