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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발 구호품 트럭 참사, 어떻게 볼 것인가?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9 07:00

수정 2024.03.09 07:00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하마스의 불법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 이스라엘도 비난 면키 어려워 
 -구호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인 이스라엘군 발포 수백명의 사상자 발생 
 -가자지구 현재 최악의 인권상황, 3만명 이상 사망 230만여명 기아 상태 
 -국제사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행동에 대해 우려 철저한 조사 요구 
 -이-하 전쟁 수행과정서 공격 강도·민간인 피해 고려 비례성과 구분성 위배 
 -국제질서 수호 유사입장국 이스라엘, 전쟁원칙 위반은 국제안보에 큰 도전 
 -악순환을 끊고 최소한의 인권 유지 위해 정전협상·종전협상이든 진행해야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안, 미국 거부권 행사로 불발...안보리 양분화 우려 
 -미국의 동맹이지만 안보리 결의안 찬성한 한국, 외교적 자율성 합리적 선택 
 -GPS 외교 펼치는 한국, 신냉전 구도 완화 지향...미일과 강도높은 소통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자 극악무도한 살상행위였다. 하마스의 불법적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해를 넘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하마스는 이 전쟁에서 가장 큰 비난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모두가 문제없다고 치부할 수 없는 일들이 지속 이어지고 있다. 도를 넘어선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킨 사건이 최근 다시 발생했다. 2024년 2월 29일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몰려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을 향해 이스라엘군이 발포하면서 사망자 112명을 포함하여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가자지구는 현재 최악의 인권상황에 놓여있는 상태다. 3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가자주민이 사망한 끔찍한 수치뿐 아니라 살아 있는 주민도 최악의 환경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피난민은 230만 명에 달하며 대부분이 식량, 식수 등 기본적인 물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최악의 인권상황에서 구호트럭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행동에 대해 우려를 높이고 있다. 아날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군 발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민간인이 표적이 되어버린 상황에 깊은 분노를 표명했다.

정의의 전쟁원칙(Just War principles) 측면에서 보면 명분 없는 전쟁을 시작한 하마스가 제고의 여지 없는 원칙 위반자다. 이런 측면에서 전쟁 초기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는 정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쟁 수행과정에서 공격 강도나 민간인 피해 상황을 고려하면 비례성과 구분성의 원칙 위배에서 이스라엘도 자유롭지 못하다. 즉 이스라엘도 정의의 전쟁원칙 위반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규칙기반 질서를 지키려는 유사입장국에 서 있던 이스라엘이 이러한 전쟁원칙 위반자가 되어 버린 상황은 국제안보 차원에서도 심대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쟁원칙 위반의 악순환을 끊고 최소한의 인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정전협상이든 종전협상이든 하루속히 진행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협상을 독려하는 데 가장 중요한 행위자인 미국의 입장이 모호하다. 아니 모호함을 넘어 유엔 안보리 기능 약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2024년 2월 20일 유엔 안보리에는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알제리 발의로 표결에 부쳐졌다. 이 결의안에는 13개 이사국이 찬성했고 영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에는 유일하게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휴전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은 결의안이 기존 협상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당장 코앞의 휴전협상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 신냉전의 국제정치속에서 전 세계가 양분화되는 가운데 진영대결이 심화되는 양상에서 자유주의적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냉전 구도를 완화하는데 노력해야하는 미국이 되레 이러한 구도를 심화시키는 전략적 함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미국의 기권으로 가자인권 상황에 대한 발 빠른 대처를 도외시한 것처럼 비추어지면 중국, 북한 등 인권유린국에 대한 비판도 그 정당성이 약화될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이 핵도발에 나서고 중국, 러시아는 이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두둔하더라도 이들 국가를 비판할 수 있는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 당장은 중동전장만 보더라도 미국이 이스라엘은 두둔하고 중국, 러시아 등은 하마스를 두둔하는 것처럼 잘못된 양분화된 프레임을 조성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가장 확실한 유사입장국이다. 그렇더라도 외교적 자율성은 잘 지켜져야 한다. 국제적 안정, 국익, 번영, 인권 등 제 요소를 모두 고려하되 한국의 독자적 자율성에 따라 외교적 결정이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외교적 자율성 측면에서 냉철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한국의 GPS 외교가 신냉전 구도 완화라는 궁극적 지향점이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GPS 외교가 좀 더 가시화될 수 있도록 한국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가자지구 인권상황이 하루속히 개선될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에 나서야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함께 활동하는 미국 및 일본과 강도 높은 소통과 조율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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