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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ELS 사태, 금융당국 책임론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3 18:34

수정 2024.03.13 18:43

서혜진 금융부 차장
서혜진 금융부 차장


'소규조수(蕭規曹隨).' 이번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지켜보며 떠오른 한자 성어다. '잘 만든 법과 제도는 제대로 지키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위원회와 함께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등의 검토의견을 반영한 초안을 마련한 상태로, 은행 및 금융투자업권과 소통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ELS 사태의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판매정책 및 소비자 보호 관리실태 부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미준수, 일선 영업점에서의 불완전판매 등 크게 세 가지다.

이에 따라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강화, 금소법상 미비점 보완,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판매 프로세스 개선 등은 제도개선안의 주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제도 자체만의 문제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이번 ELS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당시에도 △투자자 보호장치 대폭 강화 △금융회사의 책임성 확보 및 감독 강화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보완조치 등 3가지 분야에서 15가지 대책이 쏟아졌다.

구체적으로 녹취·숙려제도 강화와 설명의무 등 판매절차 강화, 불완전판매 제재 강화, 금융당국의 상시 감시·감독 강화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관련 감독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지만 은행권의 불완전판매를 막지 못했다.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수단은 은행권이 가볍게 회피할 수 있는 무용지물이 됐고, 고위험 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말은 공염불이 됐다. 고위험 상품으로의 쏠림현상, 시장상황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H지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H지수 ELS 손실 가능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틀 만인 13일 "금융당국이 면밀한 감독행정을 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제도개선과 판매사 제재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판매사와 금융당국이 '제대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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