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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피해국 벗어나나...韓 자동차·반도체 훈풍 [日 마이너스 금리 끝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9 18:48

수정 2024.03.19 18:48

日銀, 17년만에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시장서 수출 경쟁력 회복
경합도 줄어 영향 적다는 분석도
증시·여행업 등 장기적으로 호재
엔저 피해국 벗어나나...韓 자동차·반도체 훈풍 [日 마이너스 금리 끝났다]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따른 엔화 강세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과거와 달리 낮아진 상황이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 역시 일본의 금리인상에 따른 수혜가 있겠지만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등 변수가 남아 있어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BOJ는 이날까지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BOJ는 지난 2016년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은행이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해 왔는데 이날부터 0.1%p 올려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키로 한 것이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 만에 탈출하면서 향후 엔화 강세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수출이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일본과 경합하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가치 변화는 엔저의 피해국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한국 시장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일본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이 억압되어 있던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의 업종들에서 먼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과거보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가 낮아졌기 때문에 엔화 가치의 변동이 국내 수출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홍직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전망부장은 "기본적으로 수출에서 환율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서 낮아지고 최근에는 글로벌 수요, 품질 경쟁력 등 비가격 경쟁력이 커졌다"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도 원화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통화들도 비슷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내 수출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수지 적자 폭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여행수지 적자규모는 125억2700만달러(약 16조6900억원)로, 코로나 이전인 2018년(165억6500만달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역대급 엔저로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696만명에 달했으나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231만여명에 그친 결과다.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리 정상화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국내 시장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원화 약세·엔화 강세' 국면에서 한국 증시가 일본보다 강세를 보였다.


문제는 엔화 가치가 얼마나 빠르게 상승하느냐다. 예상 외로 엔저현상이 사그라들지 않으면 당장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BOJ의 금리인상 결정이 공개된 이후인 오후 1시4분께 엔·달러 환율은 149.84엔까지 올랐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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