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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사과 대신 수입 망고 드세요"..시장에선 씨알도 안먹혀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1 07:00

수정 2024.03.21 07:00

공공물가 인상억제, 부메랑으로 돌아올 듯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사과를 살피며 과일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부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사과를 살피며 과일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부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명절부터 사과, 배 등 과일값이 잡히지 않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가격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할당관세가 적용된 저렴한 수입 과일 판매 확대로 사과와 배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지만 재정 지원 말고는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어 단시간에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 투입해도 잡히지 않는 물가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3.1% 오르면서 전달(2.8%)보다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2%대 중반이지만 과일·채소 등 먹거리 중심으로 고물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해 물가 안정을 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납품단가 지원 755억원, 할인지원 450억원, 과일 직수입 100억원, 축산물 할인 195억원 등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지난해 작황이 부진했던 과일과 2월 산지 기상 악화로 공급에 차질이 있는 채소 가격은 단기간에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할인 지원으로 사과를 비롯한 과채류 가격을 직접 낮추고 할당관세 적용과 정부 직수입을 통해 대체 과일을 신속히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수입과일 공급 확대를 위해 관세인하 품목을 추가하고 물량도 무제한으로 확대했다. 관세인하 품목은 바나나·파인애플·망고·자몽·오렌지 등 24종에서 체리·키위·망고스틴·제조 복숭아(통조림)·조제 체리 등 29종으로 늘었다. 정부는 수박이나 복숭아, 참외 같은 과일이 4월부터 공급되면 대체 과일 증가로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수입과일로 사과·배 수요 분산

정부 정책에 따라 국내 대형마트들은 체리와 키위, 망고스틴 판매를 대폭 늘리며 물가 안정을 돕고 있다. 할당관세가 적용된 저렴한 수입 과일 판매 확대로 사과와 배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뉴질랜드 키위와 태국산 망고스틴을 다음달부터, 미국산 체리를 오는 5월 중순부터 각각 들여올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체리와 망고스틴 물량을 기존 대비 50% 이상 늘리고 다음달 무관세 뉴질랜드 키위도 들여오기로 했다.

이마트도 체리·키위·망고스틴 도입 물량을 애초 계획보다 늘리고 할인행사를 기획·진행해 과일 구매 부담을 완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망고스틴 도입량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리고 체리와 키위도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대형마트 3사는 일일 단위로 산지 시세를 확인하고 자체 이윤(마진)을 줄이는 등 과일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공공물가 억제·유류세 인하 뇌관, 언제터질지 몰라 '불안'

정부와 유통업계가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재정 지원 외에는 특별히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작년 추석 670억원을 투입해 성수품 할인지원을 시작한 이후 올 설 성수기에도 690억원을 배정했지만 사과, 배 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예산 투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또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그동안 가격 인상을 제한한 전기요금 등 공공물가도 언젠가는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3%대 물가가 이어지자 올 상반기까지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치솟는 국제유가도 발목을 잡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 불안이 지속된다면 유류세 인하를 올해 4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4월 이후 유류세 인하를 추가 연장할 경우 지난 2021년 11월 첫 도입 이후 9번째 연장이 된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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