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기업인 출신 vs 법조인 출신... KT&G 사외이사 선임 표대결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0 18:38

수정 2024.03.20 18:38

28일 주총 통합집중투표
기업 사외이사들에 대한 사업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교수·관료 출신 선호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국내 30대 그룹(매출 기준)의 신규 추천 사외이사(103명) 중 67%가 관료·학계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사외이사의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여전히 국내 주요 기업들이 교수·관료·법조인 출신으로 사외이사를 꾸리는 현실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갈 길이 먼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내 기업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높이고 기업 밸류업 관점에서 지지를 얻으려면 기업 경영 경험이 있거나 산업 전문성이 있는 전문가가 사외이사를 맡아 보다 냉철한 시각에서 감독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KT&G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도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밸류업 취지를 명분으로 주주제안한 기업은행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손동환 후보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해서다.

손 후보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쳤다.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사외이사로 일한 경험이 없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에 다소 맞지 않는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KT&G 주총에서 이사 2인 선임을 놓고 통합집중투표가 실시되는 가운데 KT&G는 기업인 출신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해 표대결을 하고 있다. KT&G가 추천한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는 OCI머티리얼즈,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등으로 재직하면서 대규모 상장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임 후보는 특히 그동안 KT&G의 중장기 주주환원 등 주요 정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T&G는 2021년부터 3년간 2조7500억원 규모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한층 강화된 차기 3개년간의 신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정책에는 1조8000억원의 현금배당,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보유 중인 자사주의 절반가량인 약 1000만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7.5%) 소각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