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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있으면 어디든 전기를 만들어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1 09:15

수정 2024.03.21 09:15

생산기술연구원, 수중 자가발전기 설계 원천기술 확보
해양용 센서부터 몸속 바이오센서까지 전력원 활용
물속 물체에 압력주면 이온 이동하면서 에너지 생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시형 박사(가운데)와 한국화학연구원 김현 박사(오른쪽), 김건중 박사가 수중 자가 발전기 이온현상을 밝혀냈다. 생산기술연구원 제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시형 박사(가운데)와 한국화학연구원 김현 박사(오른쪽), 김건중 박사가 수중 자가 발전기 이온현상을 밝혀냈다. 생산기술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수중 환경에서의 자가 발전기 설계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해양용 센서부터 혈액 내 단백질을 분석하는 바이오센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시형 박사가 한양대 최준명 교수, 한국화학연구원 김현 박사와 함께 물 속에서 이온의 이동으로 전기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원리인 '피에조아이오닉 효과'를 밝혀냈다. 물 속에 담긴 물체에 기계적 압력을 주었을때 물체 안에서 일어나는 이온 이동 현상이다.


21일 생산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수중 자가 발전기는 전극과 전해질로 구성되는데, 전극과 전해질의 상호작용을 해석해 발전기 성능 향상을 위한 에너지 생성 메커니즘을 제시한 것은 연구진이 최초다.

김시형 박사는 "그동안 밝혀내지 못했던 이온 현상을 실험 및 계산을 통해 파악해냈다"며, "이를 통해 해양에너지 발전 뿐만아니라 의류형·인체 삽입형 등 다양한 환경 맞춤형 수중 자가 발전기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수중 전기에너지 발전에는 배터리, 축전기 같은 에너지 저장 소자를 사용한다. 이는 부식 및 합선 위험이 높고 심해, 극지방 등 극한환경에서는 성능이 저하돼 막대한 충전·교체 비용이 발생한다. 또 인공심장박동기 등 몸속에 삽입하는 보조기기도 배터리 수명이 다할 때마다 수술로 교체하고 있어 기존 에너지 소자를 대체할 수중 자가 발전기의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진은 전해질 특성을 결정하는 이온에 주목했다. 염화이온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염화물 내에서 이온의 특성과 수중 자가 발전기의 에너지 생성 상호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온 전도도가 높을수록 수중 자가 발전기의 성능이 우수했다. 또 물 속에 녹아든 이온이 물 분자를 둘러싸고 상호작용하면서 하나의 분자처럼 움직이는데, 이때 이온의 구조적 강도가 낮을 수록 성능이 우수했다.

연구진은 "특히 외부에서 압력을 줬을때 이온 입·출입 상황을 정확하게 모사함으로써 피에조아이오닉 효과를 분자 스케일에서 재확인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즉 이온이 존재하는 모든 전해질 환경에서 이온의 종류 및 농도에 따라 수중 자가 발전기의 기계적 진동수를 제어해 최적의 성능을 갖는 맞춤형 발전기를 설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밝혀낸 피에조아이오닉 효과를 재료 및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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