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현장클릭]위기의 정치인은 백블을 거부한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5 06:00

수정 2024.03.25 06:00

[파이낸셜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출근길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출근길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 신인들은 상대 진영의 불통을 비판하며 자신이야말로 소통하는 정치인이라고 자신한다. 중진들에 비해 소통에 적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시민·기자들과의 간담회는 물론 식사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대화에 나선다.

그러나 기자 입장에서 소통하는 정치인과 불통 정치인의 가장 큰 차이는 백브리핑을 대하는 자세에 있다.
간담회는 정치인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준비해오는 자리다. 시장 등 지역에서의 스킨십 행보도 지지층과의 접촉이 대부분을 이룬다. 현장에서 날것의 질문이 오가는 백브리핑이야 말로 정치인의 진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재직 시절부터 백브리핑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대위원장 취임 두달차까지만 해도 백브리핑이 끝난 후 기자들 사이에서 '너무 길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한 위원장은 기존 정치인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민주당이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을 공격하더라도 백브리핑 자리에서 맞받아치며 논란을 차단하고, 새로운 의제를 던지면서 총선 국면을 주도해왔다.

그러던 한 위원장이 돌연 출근길 백브리핑을 잠시 중단하겠다고 밝힌 건 지난 18일이었다. 수도권 위기론에 제2 당정갈등 조짐이 있었던 직후다. 국민의힘은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만큼 '매일 브리핑'은 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댔지만 시기상 발언 빈도를 줄여 논란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도 잡음이 일자 한 위원장은 그전과 달리 지역 유세 현장에서도 백브리핑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위기 상황에서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던 정치인은 한 위원장 외에도 수두룩하다. 한 위원장이 그간 비판해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까지만 해도 '언론 프렌들리'한 정치인이었지만 2022년 제21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자 연일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물론 정치인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수 있다. '왜 항상 날 선 질문만 하느냐', '기자들은 우리를 응원하는 게 아니라 망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들은 개인적인 질문은 던지지 않는다. 국민들의 궁금증과 정치권을 향한 불만을 대신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준비해온 원고 대신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기에 백브리핑 자리는 소중하다.

진짜 실력은 위기 상황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한 위원장의 태도 전환에 더 큰 실망감이 나오는 건 그가 누구보다 '여의도 문법 탈피'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면 중단은 아니다.
백브리핑은 정치인에게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하지만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정치가 갈등 해소라는 역할을 잘 해내려면 먼저 그 갈등의 원인을 바닥 민심에서 파악해야 한다.
정치의 기본은 소통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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