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의대 교수 개원의도 '진료 줄인다' 선언에 환자들 "불안"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1 16:53

수정 2024.04.01 16:53

의대 교수 진료시간 단축 선언
다만 개원의협 임원들도 근무축소 안 해
환자들은 "어디로 가나" 불안
주요 의대 교수와 개원의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힌 1일 서울 마포구 한 내과 의원에 진료 시간 조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다만 해당 내과는 개원의협의회에서 주 40시간 근무 방침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진료시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 사진=노유정 기자
주요 의대 교수와 개원의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힌 1일 서울 마포구 한 내과 의원에 진료 시간 조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다만 해당 내과는 개원의협의회에서 주 40시간 근무 방침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진료시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 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지하 2층 외래 공간에서 양모씨(77)는 진료를 기다리면서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과대학 교수들이 진료 시간 단축을 발표하면서 자신과 같은 이식환자의 진료까지 이례적으로 지연됐기 때문이다.
양씨는 "평상시 같으면 오전 10시에 진료를 받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오후 1시 45분에 진료를 받으라고 하더라"며 "진료 시간을 오늘 오전에 통보받았다"고 토로했다.

주요 의과대 교수들이 진료 시간 단축을 발표한 첫날 교수들은 대체로 자리를 지켰다. 개원의도 대체로 진료시간 변동 없이 진료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환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진료 지연에도 환자들의 치료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불안해했다.

"이식 환자 딴 곳 갈 수도 없어"
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빅5 병원에서 전체 교수 5100여명 중 3000여명(59%)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낼 예정이다. 다만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했을 뿐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문제는 환자들의 불안감이었다. 지난 2월에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었다.

양씨의 경우 22년 전 서울대병원에서 신장 이식수술을 한 뒤 2개월에 1번씩 경기도 시흥에서 올라와 정기검진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의대교수들이 진료시간을 줄인다고 하니 기분이 안 좋고 걱정이 된다"며 "이식환자들은 이식한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해서 다른 병원에 갈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병원에서 꼭 진료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혹시 모를 의료대란이 걱정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앞으로 병원의 진료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걱정 된다"고 지적했다.

또 간암 수술 일정을 잡기 위해 이날 서울대병원을 찾은 강모씨(63)는 "교수들이 부족하다고 하니 입원이나 수술이 원래 해야 하는 시간보다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은 된다. 불안하다"며 "문제는 앞으로 의사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의대교수들이 외래 진료를 축소한다'와 같은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안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의대 교수와 개원의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힌 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지하 2층 외래 공간에서 환자들이 진료실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주요 의대 교수와 개원의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힌 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지하 2층 외래 공간에서 환자들이 진료실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개원의도 환자 안 보면 어디로 가나"
환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개원의들의 집단행동이었다. 지난달 3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지키는 '준법 진료'를 시작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초과근무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것.

다행히 이날 서울 지역 동네 의료기관 상당수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기존에도 주 40시간 이내로 진료하는 동네 의료기관이 많아서다.

개원의협의회 임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병원 총 60여곳 가운데 15여곳을 확인한 결과, 한곳만 진료시간 변동이 있다고 답했다. 변동이 있다고 답한 경기 소재의 A의원도 "10분 정도 변동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원의협의회 소속인 김재연 대한산부인과회장은 "개원의협의회 측에서 나온 공문도 없고 자발적으로 그냥 축소근무하고 싶으면 하라는 취지"라며 "사실은 주 40시간 이상을 근무를 하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주 4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할 정도로 진료해야 할 환자가 많은 곳은 전체 10%가 안 된다"며 "초과근무를 하면 의사들에게 수당을 줘야 하는데 200% 수준이다. 환자를 더 받아도 지출이 더 크니까 병원에서도 대체로 초과근무를 안 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준법 진료'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설명에도 환자들은 불안감을 누그러뜨리진 못하는 모습이었다. 장기·악화의 흐름에 앞으로 무슨 일이 사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동네 내과에 '당뇨 전단계'라는 진단을 받고 한달에 두번 병원을 찾는다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 임수자씨(88)는 "병원에서 환자를 안 보면 환자는 어디를 가라는 것이냐"며 "의사들이 진료를 줄이면 지병이 있는 사람들의 병은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사 수가 당연히 늘어서 아픈 사람을 고쳐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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