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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유통구조 수술 없인 金사과·金배 계속 나올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2 18:11

수정 2024.04.02 18:29

소비자물가 두달 연속 3%대 상승
사과 재배지 조성 등 대응책 발표
2일 오전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3.94(2020=100)로 1년 전 보다 3.1% 올랐다. /사진=뉴시스
2일 오전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3.94(2020=100)로 1년 전 보다 3.1% 올랐다. /사진=뉴시스
치솟는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다시 3%대로 올랐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에도 이 상승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로 전년동기 대비 3.1% 올랐다. 정부는 3월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안정화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장 볼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서민들에겐 먼 이야기로 들린다.

사과, 배 등 과일과 농산물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사과는 전년동월 대비 90% 가까이 올라 전월 70%대였던 오름폭을 더 키웠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대 상승폭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배도 마찬가지다. 87.8%나 올라 이 역시 최대 상승이었다. 귤(68.4%) 등을 포함한 전체 과실 물가지수는 전달에 이어 두달째 40%대 상승률이었다. 이 정도면 서민들에게 장 보기는 거의 공포에 가깝다.

정부는 1500억원의 긴급재정을 투입해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에 나섰다. 통계청 조사 특성상 물가지수에 정부 할인 지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일 뿐 실제 가격은 낮아졌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소비자들에겐 여전히 금사과, 금배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안정세를 보였던 유가까지 들썩여 물가 불안감을 더 키운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석유류가 오르면 공산품, 소비재까지 밀어올려 전체 물가가 요동친다.

물가를 자극할 요소는 주변에 차고 넘친다. 미국의 달러 강세 여파로 원화는 연일 약세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연고점을 다시 갈아치웠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부채질해 국내물가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더 깊은 고유가·고환율·고물가 악순환 늪에 빠지기 전에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정부가 이날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은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과일 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사과 계약재배 물량을 3배, 배는 1.5배로 늘린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강원도에 사과 재배지 2000㏊(헥타르·1만㎡)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계약재배 물량은 출하처와 용도까지 직접 관리하는 지정출하 방식으로 운용해 급격한 가격 등락을 막을 것이라고 한다. 늦은 감이 있긴 하나 이런 식의 공급대비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 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파동은 사과, 배에 그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번 유례없는 과일 값 폭등 과정에서 다시 확인된 불합리한 유통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현행 농산물 유통단계는 생산자, 산지 공판장, 도매시장, 대형 유통업체, 소매업체를 거쳐 소비자에 이른다. 단계별로 마진이 붙는 구조여서 소비자는 농부가 판 가격보다 최소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사게 된다.
정부 지원책이 나오면 중간상인들의 사재기는 더 기승을 부린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과감히 구조를 바꿔 유통시스템에 혁신을 도모해야 금사과, 금배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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