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TSMC 지진 피해?'..반도체 공급망 타격 우려..국내 기업들, 예의 주시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3 16:49

수정 2024.04.03 16:49

대만 신주 과학공업단지에 있는 TSMC 본사. AP뉴시스
대만 신주 과학공업단지에 있는 TSMC 본사.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만 동부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 여파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이날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키고 신규 공장 건설 중단과 더불어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대만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현지 법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TSMC 함구..외신 "공급망 차질"

3일 대만 동부 해안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하며 TSMC 생산라인 피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TSMC는 성명을 통해 "직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생산라인은 절차에 따라 대피했다"며 "부상자는 없고, 안전 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추가 성명을 통해 "대피한 직원이 전원 복귀했다"고 강조했다.


TSMC는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외신들은 생산라인 일부 중단 등을 잇따라 보도하며 반도체 공급망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TSMC의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첨단 공정 생산기지가 밀접해있는 신주 과학단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신주 과학단지에 위치한 대만 파운드리 2위 업체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는 "일부 기계 가동이 중단됐지만 이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웨이퍼와 석영 배관 일부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 서부에 위치한 신주 과학단지는 지진이 발생한 동부와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실리콘 웨이퍼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회로를 그리는 반도체 노광장비는 작은 진동에도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번 지진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지적이다.

TSMC는 강도 7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적용했다고 밝혔지만, 2022년 강도 6.6의 지진으로 화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공장이 잠깐이라도 멈추면 투입된 웨이퍼와 소재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며 "제품을 다시 생산하기까지도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만약 피해가 발생했다면,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납품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으로 대만의 지정학적 취약점도 다시 불거졌다. 대만은 그간 중국의 위협 등 정치적 문제가 최대 약점으로 꼽혔지만, 두 개의 지각판이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한 만큼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납품 지연시 반도체 가격 상승 조짐도 우려된다.

국내 기업들 "영향 예의 주시"
대만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현지 법인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만에 판매법인 만을 두고 있어 뚜렷한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여진 가능성이 있어 추가 피해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SK그룹도 대만에 주요 사업장을 뒀거나 지진에 영향을 받을 만한 사업적 요인이 있는 계열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강진 직후 대만 현지 차량용 반도체 공급처들을 일제히 점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만 현지 거래 기업 대부분이 이날 오전 중 공장 가동을 재개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로선 이번 지진과 관련 반도체 등 부품 공급에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항공업계에는 일부 영향이 미치고 있다.
지진 여파로 일본 오키나와현에 쓰나미 경보가 내려지면서 한국과 오키나와를 오가는 각 항공사 노선 운항이 잇달아 지연됐다. 현지 상황에 따라 결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만 주요 공항은 피해가 없어 정상 운항되고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김준석 조은효 김영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