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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력에 답이 있다] 불어난 뱃살, 허리디스크 건강 '적신호'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6 09:00

수정 2024.04.06 10:04

툭 튀어나온 뱃살, 복부비만은 만병의 근원
복부비만, 무게중심 앞 쏠리며 척추에 부담
최근 10년새 남녀 모두 복부비만 크게 증가
[파이낸셜뉴스] #.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봄맞이 옷장 정리를 시작한 이 모씨(55). 두꺼운 겨울 옷들을 세탁소에 맡기고 얇은 봄 옷을 꺼내던 중, 매년 즐겨 입었던 면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상의와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허리 사이즈도 잘 맞아 그가 특히 아끼던 바지다. 하지만 바지를 착용한 순간 이 씨는 퍽 난감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편하게 입었던 바지였는데, 그새 허리둘레가 늘었는지 바지 단추가 잠기지 않았던 것.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선 이 씨는 늘어진 뱃살에 인상을 쓰고 만다. 작년 건강검진 시 복부 비만 결과지를 받으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대사 증후군을 조심하라는 소견도 불현듯 떠올랐다. 뱃살이 늘어난 탓인지 간간이 느껴지던 허리통증도 더욱 심해진 듯하다.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는 4월 초입, 이 씨는 비만과 허리 건강관리를 위해 치료와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기로 한다.


[자생력에 답이 있다] 불어난 뱃살, 허리디스크 건강 '적신호'

지난주 한때 낮 최고기온이 25도까지 오르면서 연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따뜻한 날씨가 마냥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옷차림이 얇아질수록 외투 안에 숨겨져 있던 군살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앞으로 툭 튀어나온 뱃살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큰 고민거리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복부 비만은 다양한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건강관리를 위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복부 비만은 말 그대로 복부에 집중적으로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허리둘레 기준으로 남성 90cm(35.4인치), 여성 85cm(33.5인치) 이상인 상태를 복부 비만으로 본다. 복부 지방은 분포에 따라 피부 아래 위치한 피하지방과 장기 주변에 자리잡은 내장지방으로 나뉘는데, 내장지방의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등 여러 질환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대사증후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복부에 살이 찌게 되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척추에 부담이 과도하게 누적되고 척추 균형과 배열이 불안정해지기 쉽다. 척추가 전방으로 휘는 만큼 특정 허리 부위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척추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돼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문제는 최근 우리나라 성인의 복부 비만율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건강검진 기준 복부 비만율은 남성 31.7%, 여성 19.2%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에 비해 각각 9.6%, 1.9% 증가한 수치다.

특히 복부 비만은 고혈압 발생 확률을 높이는데, 이는 척추 건강을 판단하는데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는 허리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정상인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성인 1만7128명을 대상으로 고혈압 환자와 정상인으로 나눠 허리 통증 유병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정상 혈압인 사람의 허리 통증 유병률을 1로 보았을 때 고혈압 환자 중 수축기 혈압이 높은 그룹(140㎜Hg 이상)과 이완기 혈압이 높은 그룹(90㎜Hg 이상)의 허리 통증 유병률은 각각 0.81과 0.73이었다.

이는 혈압이 높을수록 허리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 질환의 진행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체중에 고혈압을 앓고 있는데 허리에 간헐적인 통증이 느껴진다면 조기에 전문의를 찾아 척추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과 침, 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허리 통증과 허리디스크를 비롯한 척추질환을 치료한다. 먼저 체중 증가로 어긋난 척추 균형은 한의사가 직접 환자의 틀어진 뼈와 근육을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을 통해 바르게 교정한다. 또한 침 치료는 경직된 허리 근육과 인대를 풀어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며,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는 디스크 손상으로 발생한 염증 해소에 탁월하다. 더불어 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더욱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허리디스크 환자는 이달 말부터 첩약(한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통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허리디스크 치료에 대한 환자의 선택지를 더욱 넓히고 환자 본인부담률도 최대 30%까지 낮아져 치료비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부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만 관리의 척도로 쓰이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파악하고 관리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한 글로벌 제약회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70.5%는 자신의 체질량지수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자신이 현재 비만 상태임에도 본인의 BMI를 모르고 있는 비율도 70.7%에 달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봄 맞이 ‘살과의 전쟁’에 앞서 체질량지수를 비롯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명확히 파악해보자. 비만과의 싸움에서 좀더 냉정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 일산자생한방병원 배영현 원장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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