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협상만 40년...日이세탄에 루이비통 들어왔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9 08:11

수정 2024.04.19 08:11

협상만 40년...日이세탄에 루이비통 들어왔다
【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일본 최대 규모의 백화점 브랜드 이세탄이 프랑스 명품 루이비통과 손을 잡았다. 첫 협상이 시작되고 40여 년 만이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이세탄 신주쿠 본점 남성관의 2층에 들어왔다. 플로어 한 켠을 루이비통 로고 모양의 칸막이로 뒤덮은 매장에는 가방, 의류, 신발 등이 자리했다.

이세탄 신주쿠 본점은 단일 매장으로 연간 매출액 약 3300억엔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 규모 백화점이다.

그런데도 루이비통이 그동안 이세탄 신주쿠 본점에 입점하지 않았던 데엔 사연이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시계는 1980년으로 돌아간다. 일본에 해외 고급 브랜드가 몰려든 시기다.

루이비통도 그중 하나로 이세탄과 협상을 시작했다. 세계 브랜드인 만큼 루이비통 측은 이세탄에 "1층 매장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세탄은 이 요청을 거절했다. 루이비통의 브랜드력과 인기는 잘 알고 있지만, 도쿄 1등 땅을 내놓으면서까지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루이비통 측의 거래 조건도 까다로웠다. 루이비통을 거부함으로써 이세탄은 '자주성'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이세탄은 어떤 브랜드와도 타협하지 않았다. 명품은 다른 매장과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기둥이나 벽을 세워 부티크처럼 만든다.

그러나 이세탄은 가급적 다른 브랜드와의 벽을 만들지 않고, 다른 매장들과 융화되도록 하는 게 정책이다.

2000년대 전반, 다시 루이비통의 출점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세탄의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루이비통은 확실히 고객 유치력이 높지만, 대부분은 루이비통만 보고 오기 때문에, 백화점 전체를 돌아다니게 하는 이세탄의 전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이세탄도 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2006년 이세탄 우라와점(사이타마시)에 루이비통을 시범 출점했다.

매장을 열어보니 역시 루이비통 고객은 루이비통만이 목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백화점 전체로 수요가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세탄은 신주쿠 본점에의 도입을 보류했다고 한다.

그리고 2024년. 둘의 입장 차는 여전했지만, 시대가 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 형태가 바뀌면서다.

관광객 증가, 소비 양극화에 따라 고급 브랜드 수요가 증가했고, 신규 브랜드가 아닌 기존 브랜드를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루이비통은 품목이 다양해졌고, 이세탄은 직접적으로 브랜드를 나타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덜었다.


다만 이세탄의 루이비통 매장은 다른 백화점과 같은 독립성이 높은 제작 방식을 택하지 않고, 플로어와의 일체감을 갖게 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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