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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증원 축소 발표에도 의료계 "원점 재검토" 주장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9 16:16

수정 2024.04.19 16:17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여 조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의대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한다"며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올해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 인원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한발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여전히 '수용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은 "전보다는 나은 입장이긴 하지만, 의협이 움직일 만한 건 아니다"며 "이번 제안은 결국 국립대 총장들조차도 (증원으로) 의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거라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도 "국립대 총장들이 의대 증원 규모 축소를 건의한 이유를 살펴보면 교원 확보 어려움 등 교육 여건이 미비하다는 것"이라며 "결국 의대 정원 증원과 배정이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의료계가 주장해온 원점 재검토가 합리적인 안이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점 재검토 외에 자율 모집은 의미가 없다"며 "이번 발표는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의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걸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 의대생들 역시 정부를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들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아니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을 지냈던 송명제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주최한 '올바른 의료개혁 토론회 : 전공의 수련-노동환경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단순 증원 규모 조정으로는 전공의들이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모두 돌아올 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전공의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증원 유예 시기를 정하고 증원과 수련 환경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는 게 송 교수의 주장이다.

그동안 대전협은 전공의 복귀 조건으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7가지를 요구해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전의교협과 대전협, 의협은 처음부터 의대 2000명 증원 자체가 실제 계측을 통해 나온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왔다"며 "의대 정원이 처음부터 근거를 기반으로 책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원 인원을 50% 줄이든 60% 줄이든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정부에서 급하게 탈출 전략을 세우는 것 같아 보인다"며 "입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고 언급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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