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비트코인의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3 15:28

수정 2024.04.23 16:32

[기자수첩]
한영준 기자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블록체인의 '킬러 앱'은 무엇인가요."
블록체인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명쾌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곧 나타날 거다" "벌써 바라는 건 시기 상조다" "월렛(가상자산 지갑)이 킬러 앱이 될 것 같다" 등 막연하고 희망 섞인 목소리만 들려왔다.

킬러 앱은 출시와 동시에 시장을 재편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웹2.0 시대의 킬러 앱은 카카오, 유튜브 등이다. 킬러 앱은 새로운 기술이 이전의 기술보다 얼마나 편리하고 혁신적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킬러 앱 자체가 새로운 기술을 설명해 주기에 일반 소비자들은 어려운 용어를 알 필요가 없다. 킬러 앱은 새로운 기술의 '쓸모'를 보여준다.

블록체인 얘기를 해보자. 블록체인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월렛'도 있어야 하고, '트랜잭션(전송)'에 따른 '가스비(수수료)'도 내야 하고, 레이어1과 레이어2가 다른 것도 알아야 한다. 일반 사용자들이 아직도 어렵고 복잡한 용어를 써야 하는 이유는 킬러 앱이 없기 때문이다.

이더리움(ETH)과 리플(XRP)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토큰이라고 해도, 우리는 아직 이더리움과 리플을 일상생활에서 쓰지는 못한다. 그리고 킬러 앱이 없는 블록체인은 아직도 일반 사용자들에게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한 개발자는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다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를 하며 그가 포기한 것은 스톡옵션처럼 받은 70억원 상당의 코인이었다. 거액의 코인을 포기하면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떠난 이유를 묻자 그는 "블록체인에서 미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효율성이나 속도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블록체인보다 기존의 인터넷과 데이터 관리가 더 낫다"며 "그런데도 '세상을 혁신할 수 있다'면서 코인을 발행하다가 감옥에 갈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10달러 남짓했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달 7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10억달러가 조금 넘던 가상자산의 전체 시가총액은 2조달러를 훌쩍 넘었다. 천문학적인 돈이 블록체인업계에 들어갔고, 전통 금융권에서도 가상자산을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들, 블록체인 초기 개발자은 엄청난 돈을 벌었고,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글로벌 자본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10여년의 세월 동안 바뀐 건 가상자산의 가격일 뿐,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블록체인은 아직 세상을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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