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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 통화내용 수상한데"..보이스피싱 직감해 7000만원 피해 막은 20대女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3 15:30

수정 2024.04.23 15:30

지난달 14일 A씨(왼쪽)가 B씨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연합뉴스
지난달 14일 A씨(왼쪽)가 B씨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카페에서 우연히 다른 손님의 통화 내용을 듣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직감한 20대 여성이 기지를 발휘해 7000만원의 피해를 막았다.

"불법 웹툰 본적 없는데요".. 수상한 통화내용에 직감

23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5시께 성남시 수정구 한 카페를 찾은 20대 여성 A씨는 우연히 수상한 통화 내용을 들었다.

당시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던 20대 여성 B씨가 초조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며 "불법 웹툰 본 적 없다고요"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B씨의 통화 내용을 듣던 A씨는 그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음을 직감한 뒤 즉시 카페 밖으로 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확인 결과 B씨가 직전까지 통화한 상대방은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조직원들은 수사기관을 사칭해 "당신의 휴면 계좌가 사기 피의자의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고 B씨를 속인 뒤 "무죄를 증명하려면 본인 명의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금융감독원에 가져와야 한다"며 B씨에게 돈을 건넬 주소를 전달했다.


현금 7000만원 인출해온 20대 여성... 전달 직전에 막아

확인 결과 해당 주소는 금융감독원이 아닌 한 원룸 건물 소재지였으며, 이를 수상히 여긴 B씨는 일단 인근 카페로 들어와 대기하기로 했다.

카페에 있던 B씨에게 다시 전화를 건 조직원은 은행 보안팀 직원을 사칭해 "방금 현금을 인출한 은행에서 뭔가 잘못됐고 당신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했다"며 B씨의 휴대전화에 원격 조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B씨의 진술을 청취하고, 현장에 있던 현금 등을 확인한 뒤 B씨가 보이스피싱에 속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B씨가 휴대폰에 설치한 악성 앱을 즉시 삭제 조치해 추가 피해를 예방했다.

당시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지시한 현금 7000만원을 1만원권으로 인출한 뒤 종이 상자에 담아 소지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경찰관이 출동했을 때도 조직원에게 속아 휴대전화로 원격 조정 앱을 설치하고 있어 신고가 조금만 늦었다면 자칫 큰돈을 잃을 뻔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전달했다.
B씨도 A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소정의 사례금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가 통화 중 계좌 번호 같은 숫자를 읊고 '은행에서 인출하겠다'고 답하기도 해 곧바로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통화 내용을 잘못 들었다면 B씨에게 사과하면 되지만, 보이스피싱이 맞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A씨(오른쪽)가 박영수 성남수정경찰서장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연합뉴스
A씨(오른쪽)가 박영수 성남수정경찰서장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연합뉴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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