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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에 취하는 마약사범 급증... 오남용 느는데 규제는 '제자리' [김동규의 마약 스톱!]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8 18:20

수정 2024.04.28 18:20

일반인이 살 수 있는 감기약 등을 대량 구매해 마약류를 제조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감기약 등에 일부 마약류 성분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마약류 포함 일반 의약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향정 중 하나인 에페드린이 함유된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은 648건이다. 다른 향정인 덱스트로메트로판이 함유된 일반의약품은 323건에 이른다.

에페드린은 마황에 주로 들어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으로 교감신경 촉진제로 작용하는 물질이다.
필로폰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러미라(Romilar)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는 덱스트로메트로판은 과량으로 복용하면 환각과 불면, 정신병 등이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이런 향정 성분이 함유된 일반의약품을 오남용하기나 불법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11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56)와 B씨(51)를 구속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경기도 한 3층 건물 옥탑방에서 필로폰 제조시설을 설치하고 10여차례에 걸쳐 필로폰 약 20g을 제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약국에서 구매한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에 화학물질을 섞어 필로폰 성분을 추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기약에는 향정 중 하나인 에페드린이 함유된 점을 이용한 것이다. 제조법의 경우 해외 사이트를 통해 습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1년부터 에페드린이 함유된 일반 의약품을 최대 4일분까지만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정은 있지만 여러 사람이 나눠서 구매하거나 한 사람이라도 약국을 바꿔가면서 구매할 경우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일반의약품 오남용이나 불법적 이용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은 "치료의 용도도 있으므로 판매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잘못 사용하는 것이 문제이지 잘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며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엄하게 벌해 사람들이 의약품을 전용할 생각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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