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정갈등 11주차..해소는 커녕 '악재'만 차곡차곡 쌓여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9 14:21

수정 2024.04.29 14:21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정부에 의료계 '요지부동'
政, 선제적 양보에도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해야"
임현택 의협회장 취임, 의대교수 휴진·사직 행렬
정부, 군의관 공보의 파견 대응 역량 강화에 총력
29일 전북자치도 익산시 원광대병원 대강당에서 원광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사직서 전달을 마치고 가운을 반납하고 있다. 뉴스1
29일 전북자치도 익산시 원광대병원 대강당에서 원광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사직서 전달을 마치고 가운을 반납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지 11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의정갈등'에는 악재만 쌓이고 있다. 대화에 나서라는 정부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의대 증원 정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는 입장만 반복하면서 요지부동이다. 의료계는 전공의와 의대교수, 대한의사협회 모두 한 목소리를 내면서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대 입학 정원 확정이 월말로 다가오고 있고, 내달 19일이면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3개월을 맞는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게 되면 전문의 취득 시기는 1년 늦춰진다. 또 병원 진료의 핵심인 의대교수들의 주1회 휴진과 사직도 이어지고 있어 의정갈등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29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백지화, 1년 유예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달며 대화를 회피하기 보다 정부의 진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길 당부한다"며 전공의들의 복귀와 의대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일부 의사들이 사직과 진료 중단 등 목소리를 높이지만 많은 의료진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자가 잘 견디며 맞설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돌아올 제자 생각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정부는 환자의 곁을 지키는 의사들이 보다 나은 여건에서 근무하고, 자긍심을 가지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인턴 숙소 복도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인턴 숙소 복도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 의사들과 일 대 일로 대화할 의지도 있다며 대화의 자리로 나와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의료계에 거듭 촉구했다.

최근 정부는 의정갈등 지속으로 국민들의 의료 이용 불안감과 불편이 가중되자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유연한 처분'을 하겠다며 사실상 사법 처리를 멈췄고, 2000명 의대 증원분을 개별 대학의 사정에 따라 50~100%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의료계에 선제적 양보를 한 바 있다.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 속에 정부는 문제 해결과 갈등 봉합을 위해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지만 전공의·의대교수·의협 모두 의대 증원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며 대결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는 정부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사태 초기부터 의대 증원 정책의 폐기를 요구했던 전공의들은 그동안 나왔던 정부의 유화적 제스처에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고 정부의 대화 참여 요구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지난 28일 의협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발표를 백지화하기 전까지 의료계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며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당선인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맞서 의대 증원을 오히려 더 줄이자는 주장까지 한 '초강경파'다.

의대교수들은 주 1회 휴진을 선언하며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6일 총회를 열고 당직 후 24시간 휴식 보장을 위한 '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 전의비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일 경우 추가적인 휴진을 통한 투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부터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교수들은 일제히 주 1회 휴진에 나선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화요일인 30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금요일인 내달 3일에 휴진한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진료와 수술이 없는 날을 골라 휴진한다.

각 의대 교수 비대위 차원의 결정으로, 각 교수가 자율적으로 동참 여부를 선택한다. 다만 휴진하더라도 응급·중증 환자와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된다.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해 의료공백에 대응할 계획이다. 우선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해 부족한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선다. 정부는 현재 63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396명의 군의관, 공보의에 더해 추가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 각 의료기관에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

박 차관은 "군의관에 대한 수요는 지난 주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조사하며 공보의는 오늘부터 내일까지 조사할 예정"이라며 "군의관과 공보의가 교수들의 일을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교수들이 현장을 비우면 진료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응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박 차관은 "4월 25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의 전임의 계약률은 58.7%이고, 서울 주요 5대 병원은 61.4%로 소폭 증가하고 있다"며 "진료지원(PA) 간호사는 현재 1만165명이 활동하고 있고, 간호협회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현장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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