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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살머리고지 지뢰 매설-남북연결도로 폐쇄..노림수 뭔가?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30 06:00

수정 2024.04.30 11:35

北 올 1월 경의선·동해선 도로 지뢰 매설 시기에 묻은 듯
대인지뢰, 군 수색작전 위축..대전차지뢰, 전쟁준비 의지
국지도발 타이밍 노려 한미 대응 수준 떠보는 가늠자 성격
북한의 복합도발 상쇄하는 치밀한 해법이 필요한 시점
[파이낸셜뉴스]
남북군사당국이 2018년 11월 22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남북군사당국이 2018년 11월 22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북한이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인근 비무장지대(DMZ) 내 전술도로에 지난해 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도로는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 공동 유해 발굴 목적으로 조성됐다.

30일 군에 따르면 북한은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인근 비무장지대 내 전술도로에 지난해 말 지뢰를 매설했다.

전술도로 연결 조성 작업 당시엔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 사진에 찍히기도 한 곳이다.
이후 북한은 공동 발굴에 응하지 않았다.

■北 경의선·동해선 도로 지뢰 매설이어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 3곳 모두 폐쇄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지난해 말 사실상 9·19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 선언했고 군사적 복원 조치를 했다"며 "이에 우리 군은 필요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필요한 조치'가 우리 군도 비례적 대응으로 지뢰를 매설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비례적 대응은 아니다"라며 부인했으나, 구체적인 조치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지난해 말 이후 남북 간에 2004년 연결한 경의선 도로와 2005년 개통한 동해선 도로상에 지뢰를 매설하는 모습을 지난 1월 포착한 바 있다. 또 같은 두 도로에서 가로등 수십 개를 철거하는 장면도 이달 우리 군 감시자산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로써 경의선, 동해선,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 등 사실상 남북한을 연결하는 3개의 모든 도로가 막힌 셈이다. 경의선 도로는 과거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남북을 오갔으며, 동해선 도로는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차량이 오갔다. 이들 도로엔 대인지뢰, 대전차지뢰 등이 함께 매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가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했다.

김정은은 지난 1월에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북남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의 우리측 구간을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을 것과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남북한을 연결하는 모든 도로 폐쇄는 그의 이 같은 지시에 따른 후속 작업으로 풀이된다.

2018년 11월22일 오후 6ㆍ25 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이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 6ㆍ25 전쟁 전사자 유해를 공동으로 발굴하는 사업을 위한 남북공동 도로개설 작업 가운데 우리측 지역의 도로공사 현장을 국방부가 공개했다. 남측 병력이 군사분계선(MDL 도로에 쇄석이 깔려있는 끝 지점) 바로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남북은 지난 9월19일 체결한 군사합의서에서 원활하게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12m 폭의 도로를 개설하고 군사분계선에서 연결한다고 합의했다. 사진=공동취
2018년 11월22일 오후 6ㆍ25 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이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 6ㆍ25 전쟁 전사자 유해를 공동으로 발굴하는 사업을 위한 남북공동 도로개설 작업 가운데 우리측 지역의 도로공사 현장을 국방부가 공개했다. 남측 병력이 군사분계선(MDL 도로에 쇄석이 깔려있는 끝 지점) 바로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남북은 지난 9월19일 체결한 군사합의서에서 원활하게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12m 폭의 도로를 개설하고 군사분계선에서 연결한다고 합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화살머리고지 지뢰 매설, 남북 연결도로 모두 폐쇄... 노림수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한을 연결하는 3개의 모든 도로에 지뢰를 매설, 폐쇄한 것은 우선 9·19 군사합의 무력화의 후속조치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적 성격을 내재하고 있지만 다양한 셈법하에 진행된 것으로 관측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살머리고지는 9·19군사합의 이행의 상징성이 높은 지역으로 공동유해 발굴을 위해 남북한 군 당국이 도로를 연결하는 등 한반도 데탕트 개시의 상징적 장소"라며 "유엔사 회원국 등 다양한 인사들이 현장을 찾아 주목을 많이 받았던 곳"이라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북한이 바로 이 상징성이 있는 곳에 지뢰를 매설함으로써 북한의 군사작전이 9·19 군사합의 이전으로 완전히 회귀했음을 현시하려는 속내가 있다"고 지적했다.

화살머리고지에 부설한 대인지뢰는 한국군의 수색작전을 위축시키고 국지도발에 나서겠다는 신호의 성격이 있으며, 대전차지뢰 매설은 전쟁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복합적 도발의 성격이 있다는 게 반 센터장의 견해다.

그는 "한국은 포스트 총선 정국이라 안보정책을 포함해 국정 안정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미국은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자신의 국지도발을 감행하면 한국과 미국이 어느 수준으로 대응하는지 떠보려는 가늠자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 센터장은 "한미의 대응 추이를 보고 이를 명분으로 국지도발에 실제로 나서는 타이밍을 계산하려는 속내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의 이러한 셈법을 제대로 읽어내, 전술적·작전적·전략적 강압이 혼용되는 복합도발을 상쇄하는 치밀한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남북군사당국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11월 22일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국방부 제공
남북군사당국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11월 22일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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