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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HBM 주도권 경쟁 격화… 파운드리 기술력이 가른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9 18:12

수정 2024.04.29 18:12

AI 고도화에 ‘맞춤형 HBM’ 속도
6세대부터 파운드리 선단공정 도입
SK, TSMC와 유기적 협업이 관건
삼성, 초미세공정 경쟁력으로 승부
차세대 HBM 주도권 경쟁 격화… 파운드리 기술력이 가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한 고대역폭메모리(HBM) 6세대부터 초미세공정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도입할 전망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공지능(AI)용 데이터 처리의 핵심인 HBM의 성능·전력 효율 수준을 엔비디아 등 까다로운 고객사 요구에 맞추려면 집적도가 높은 5나노미터(1nm=10억분의1m) 이하 선단공정이 불가피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자체 파운드리 사업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와 동맹인 SK하이닉스의 미래 HBM 전쟁도 파운드리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HBM 6세대)부터 파운드리 선단공정을 적용한 베이스다이(base die)를 도입해 맞춤형 HBM을 양산할 계획이다.

HBM은 패키지 맨 아래 위치하는 사각 틀인 베이스다이 위에 D램 단품 칩인 코어다이를 쌓아 올린 후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수직 연결해야 완성된다. 베이스다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ASIC와 연결해 HBM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각 D램에서 연산된 정보를 모아 GPU에 전송하는 식이다. HBM3E(HBM 5세대)까지는 베이스다이의 기술 난이도가 낮아 D램 공정으로도 제작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고객사들이 AI 서비스 고도화에 발맞춰 더 뛰어난 성능과 전력 소모량이 적은 HBM을 요구하면서 베이스다이의 성능 개선이 필요해졌다. 고객사 눈높이에 맞도록 베이스다이 기능을 다변화하려면 파운드리 선단공정을 활용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일상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범용인공지능(AGI) 시대를 맞아 더 정교한 기능 구현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TSMC와 기술 협력에 나선 것도 맞춤형 HBM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와 SK키파운드리 등 자회사 2곳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구형 공정인 8인치가 주력이다. HBM4 베이스다이 제조 공정은 5나노 이하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 중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양산 체계를 구축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등 두 곳 뿐이다.

HBM4 시장 향방은 SK하이닉스와 TSMC간 유기적 협업 성과가 관건이다. 향후 반도체 슈퍼 호황기가 도래하면 TSMC로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SK하이닉스가 원하는 규모로 칩을 조달할 수 있을 지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사업을 모두 하는 강점을 앞세워 차세대 HBM 주도권을 차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파운드리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할 만큼 뛰어난 초미세공정 기술력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 각 사업부가 총출동한 HBM 전담팀을 꾸려 HBM4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량의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HBM4는 48기가바이트(GB) 용량으로 최대 16단까지 D램을 쌓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HBM을 경험한 고객사들이 다시 제품 사양을 낮춰 주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맞춤형 HBM은 메모리 업계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라 파운드리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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