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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부 의견 달랐지만 만남 자체 의미 큰 尹-李 회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9 20:12

수정 2024.04.29 20:12

경제·외교·특검법 등 현안 논의
후속 영수회담도 이어가기로 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처음으로 만나 민생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 대표는 외교와 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국정 전반에 관한 민감한 문제들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뚜렷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른바 '채 상병 특검'과 '이태원 특별법'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연금개혁, 재생에너지로 산업 개편, 실용외교, 의료개혁 등도 거론하거나 요구했다.

이 대표의 요구는 거론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여야가 그동안 첨예하게 맞서왔던 사안들이 거의 다 들어 있다.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말도 했는데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민주당의 정책을 그대로 들고나온 것이다. 윤 대통령이나 여당으로서는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임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는 서로 합의와 협치가 쉬운 문제를 먼저 꺼내기보다는 민주당이 그동안 당론으로 주장하고 추진한 과제들을 대부분 언급했다. 일종의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단지 노란봉투법이나 양곡관리법 정도만 의제로 올리지 않았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회복지원금에 관해서는 어려운 분들을 우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과 서민금융 확대 등을 통해 서민경제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서도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는 종합적인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은 민간위원들에게 영장청구권을 주는 문제를 배제한다면 재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응답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첫 회동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기는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일단 만난 것 자체가 의미 있고 중요하다. 두 시간이 넘는 첫 회동은 서로 간극을 줄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날 바로 합의되기 어려웠던 현안들은 당 대 당 차원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후속 영수회담을 통해 담판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민생의 이름으로 거론한 문제들이 민생과는 무관한 것도 포함된 것은 아쉬웠다. 현재의 민생은 외교 문제나 특검, 에너지, 언론 상황 등은 당장 국민생활과 직결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요구는 광범위하고도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민생이 아니라 국정 전반을 민주당의 뜻대로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늘 회담이 마지막인 것은 물론 아니다. 앞으로 주요 현안이 있을 때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다시 만나 논의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두 사람도 회동을 마치며 앞으로도 만날 기회를 자주 갖자고 약속했다.
다만 민주당이 민생이라는 명분으로 윤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문제들을 회담에서 거론하려 한다면 회담재개 여부도 불투명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 현안을 놓고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서 수시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민주당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협의체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등의 여야 관계자, 정부 대표가 참여해 중요한 사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면 국정운영이 훨씬 효과적이고 매끄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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