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어려지는데… 현실 못따라가는 法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30 19:35

수정 2024.04.30 19:35

전체 피해자 25.4% '13세 미만'
5년새 평균연령 0.7세 더 낮아져
처벌·예방법안 줄줄이 무산 위기
재범률 높은 성범죄 특성 감안
처벌 포함 교정 강화 대책 필요
성추행, 유사강간, 성학대 등 성범죄 피해를 겪는 아동·청소년들의 평균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해자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최근 발의된 관련 법안들도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강력한 처벌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피해자 연령 13세로 낮아져

4월 30일 여성가족부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평균 연령은 13.9세로 2017년 14.6세에 비해 더 낮아졌다. 피해자 중 25.4%는 13세 미만이었다. 유형별로는 △유사강간(12.6세) △아동성학대(12.9세) △강제추행(13.4세) △통신매체이용음란(13.5세) △성착취물(14.1세) △강간(14.2세) 순으로 연령대가 낮았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의 최종심 선고 결과를 살펴보면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60%에 달했다. 집행유예(54.8%), 징역형(38.3%), 벌금형(6.3%) 순이었다. 다만 2017년과 비교해 징역형 비율은 33.8%에서 38.3%로 높아졌고, 벌금형 비율은 14.4%에서 6.3%로 낮아졌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엄벌을 처하는 외국과 마찬가지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미국은 12세 미만의 아동과 성적 행위를 한 경우 3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하고 있다. 동종 범죄를 다시 저지르면 무기징역이나 사형으로 처벌한다. 영국은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강간을 저지를 경우 종신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등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우리나라에 도입한 성충동약물치료의 집행, 이른바 '화학적 거세'의 활용은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발간된 법무연감에 따르면 성충동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인원은 △2014년 7명 △2016년 14명 △2018년 22명 △2020년 33명에 △2022년 42명에 그쳤다. 아동 11명을 연쇄 성폭행한 김근식에 대한 화학적 거세는 결국 지난 2월 대법원 판단까지 거쳐 기각됐다.

■ 관련 법안 무산 위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들도 무산될 위기다. 법무부는 지난해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의무화 하는 성충동약물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오는 5월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아동 성범죄자 등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운영 시설로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더불어 범죄 예방 프로그램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있는 대표적인 범죄로 아동 대상 성범죄자를 보다 강력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재범률이 매우 높아 이를 막을 수 있도록 성범죄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 왜곡된 성인식 교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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