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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전세사기 특별법 '팽팽'… 본회의까지 산넘어 산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1 18:14

수정 2024.05.01 18:14

'이태원 특별법' 수정안 처리 합의
국힘이 꼽은 두개 독소조항 삭제
민주는 특조위원장 '협의' 얻어내
여야 모두 "영수회담이 물꼬"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주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합의사항 발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주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합의사항 발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가운데, 여야가 오는 2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일부 수정해 처리하기로 1일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씩 양보하면서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은 결과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이태원 특별법 수용 요구에 공감한다면서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 이번 협상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등을 두고는 여야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2일 본회의 개의 자체가 무산될 여지도 남아있다.
본회의 전까지 양당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권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오랜만에 협치 "통큰 양보"

이양수 국민의힘·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합의 사항 발표 공동 기자회견'를 통해 2일 본회의를 열어 이태원특별법 수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특조위 구성과 관련해, 의장 1명을 여야가 협의해 정하고 여야가 각 4명을 추천해 총 9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 이내로 활동을 완료하되 3개월 이내에서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6개월 이내 활동 완료·3개월 이내 연장'안을 여야가 합의한 적이 있으나,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 현행을 유지키로 했다.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으로 꼽았던 두 가지 안은 삭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직권으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를 수행하거나, 국정조사 특별위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건,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 등에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28조 조항이 제거된다. 또한 조사위 자료제출 요구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2회 이상 자료 제출을 거부할 때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영장 청구할 것을 의뢰하는 30조 조항도 삭제된다. 이 원내수석은 "민주당이 협치의 뜻으로 (우리 주장을) 받아줬다"고 전했다.

박 원내수석은 "이번 합의는 이태원 유가족 피해자들이 여야 합의 처리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기에 합의 처리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여당과의 합의 없이 기구가 설치될 경우 조사과정에 여러 어려움을 겪은 과거 경험과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여당과의 대화에 적극 임했다는 설명이다.

이 원내수석은 "내용에 있어서 민주당이 통큰 양보를 해줬다"며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특조위) 위원장을 여야 '합의'가 아닌 '협의'로 정하기로 한 건 저희가 크게 양보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열린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이 이번 합의의 물꼬를 터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원내수석은 "얼마 전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께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셨고, 그게 물꼬가 된 것"이라며 "(합의에 앞서) 용산(대통령실)과도 충분히 숙의하고 토의하고 검토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전세사기법 줄다리기

여야가 가까스로 2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곳곳에 남아있다.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을 두고는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태원 특별법과 함께 채상병 특검법, 전세사기특별법을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법안이 22대 국회로 넘어갈 경우,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5월 임시회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원내수석은 "(국민의힘과)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법 합의를 위한 대화를 계속 할 것이고,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하는 작업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본회의 개의의 키를 쥔 김 의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김 의장과 오는 4일 해외 순방을 앞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2일 본회의가 열려서 채상병 특검과 전세사기특별법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으면 국회의장 순방길에 같이 못 간다"며 순방 불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은 국회법 제76조 2조문에 따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매주 목요일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합의가 안된 법안을 2일 본회의에 올릴 경우, 본회의 개의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 원내수석은 "민주당이 내일 본회의에 이견이 있거나 합의되지 않은 법을 올릴 경우 본회의를 원만하게 개최하는 게 어렵다고 저희는 판단했다"며 본회 불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법 모두 여야가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논의와 숙의를 거친 후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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