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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슈퍼301조 vs. 관세법17조, 우리 대응은?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1 18:56

수정 2024.05.15 11:51

김기석 국제부장 경제부문장
김기석 국제부장 경제부문장
'자강두천'이라는 말이 있다. 얼핏 사자성어 같지만 말을 줄인 신조어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을 줄인 말로 강자들의 양보 없는 경쟁을 의미한다. 최근 미중 관계를 표현하는 말로 딱이다.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사사건건 부딪쳤지만 최근 그 강도는 심각할 정도다.

슈퍼301조 vs 관세법 17조. 최근 미국과 중국이 최근 뽑아든 카드다.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중순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3배 이상 올릴 것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권고했고, USTR은 슈퍼301조에 근거해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은 물론이고 해양·물류·조선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무역관행을 조사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우리도 경험한 적이 있는 슈퍼301조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할 정도로 강력하다. 불공정무역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사실 이 법은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공정한지 여부가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판단에 따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1989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다시 시행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슈퍼301조를 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조항이 다시 등장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이던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슈퍼301조 등장에 긴장한 중국 정부는 4월 26일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관세법에서 관심을 끄는 조항은 17조. 관세법 17조는 중국과 특혜 무역협정을 체결한 시장이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의거해 상대국가 제품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복관세를 명문화한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슈퍼301조 적용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 4월 17일이고, 중국이 관세법을 4월 26일 통과시켰다. 10일 만에 일사천리로 보복에 나선 중국의 분노가 보인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의 견제에 불만을 제기하며 넘어갔지만 슈퍼301조는 참지 못한 것이다. 관세법17조를 놓고 헨리 가오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는 '핵무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중국 내 분위기는 험악하다. 다만 관세법17조 적용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에 밀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미중 간 자강두천이 걱정되는 것은 중간에 낀 우리나라의 상황 때문이다. 미중 갈등으로 우리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중 무역갈등이 극심했던 지난 2019년 1~9월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9.8%나 급감했다. 다른 나라들의 수출도 줄기는 했지만 세계 교역 상위 1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피해가 가장 컸다.

이에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은 위기대응에 나섰다.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6일제를 시행하는 그룹도 있고, 토요일에 최고경영자 회의를 하는 곳도 있다. 사실 주6일 근무를 한다고, 주말에 최고경영진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고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로 예상치를 웃돌았고, 수출은 7개월 연속 상승했다. 4월 핵심분야인 반도체 수출은 56%나 급증했고, 자동차 수출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올해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수출강국 5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른 나라처럼 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규제완화는 물론 세제혜택도 제공하고 보조금도 지급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다른 나라도 다 하는데 우리만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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