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활로찾는 한국 중소기업, 광저우에서 전세계 바이어를 만난다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5 09:28

수정 2024.05.05 09:28

캔턴 페어, 5일까지 3주 동안 축구장 210개 규모에서 진행, 해외 바이어 40만명 참가

지난 5일 중국 광저우에서 폐막한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 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지난 5일 중국 광저우에서 폐막한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 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광저우=이석우 특파원】 "캔톤 페어(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에서 못 구하면 구할 곳은 없다." "혁신적인 신제품들을 한번에 보고 가격과 품질까지 확인할 수 있어 바이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자리다." "새 아이템이나 거래처를 발굴하고 전세계 바이어와 품목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어 매년 참석한다."
지난 5일 폐막한 135회 캔톤 페어에서 만난 멕시코와 두바이, 캐나다 바이어들의 소감이다.
지난 4월 15일 중국 광둥성 성도 광저우시 하이주구에서 개막한 캔톤 페어에는 전 세계에서 40여만명의 바이어들이 참석했다. 코로나19 이전 모습을 재연,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라는 명성을 확인시켰다. 광저우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에서도 제조업의 허브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핵폭탄을 제외하고 모든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중앙아 등 제3세계 바이어, 가파르게 급증
지난 5일까지 3주일간 열린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 캔톤 페어에 아프리카에서 참가한 바이어들이 지난 4월 19일 이야기를 하며 전시관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지난 5일까지 3주일간 열린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 캔톤 페어에 아프리카에서 참가한 바이어들이 지난 4월 19일 이야기를 하며 전시관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행사장에서는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제3세계 바이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미국 등 북미와 유럽쪽 바이어 수가 아직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영향도 있지만 제3세계 바이어들이 늘어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실제 캔턴 페어 조직위원회는 "중앙아시아 등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연관 국가들의 바이어 수가 전체 해외 바이어의 64%를 차지한다"라고 설명했다.

교역회의 총 전시면적은 155만㎡. 축구장 210개 규모다. 총 2만8600여개의 기업이 참가했다. 외국 기업들의 전시가 허용된 국제관, 수입제품관에는 한국 등 50개 나라에서 680개 업체가 참가했다.

중국이 자국 제조업체들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1957년부터 마련한 상품 수출 교역의 플랫폼이지만 2007년 101회부터는 해외 기업 상품의 전시도 일부 허용했다. 워낙 규모가 커서 봄, 가을 두 차례 열리는데, 봄·가을 각각 품목에 따라 일주일씩 1~3기로 나뉘어 3주간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코트라가 해외 기업의 전시 참여를 허용한 2007년 첫 해부터 발빠르게 부스를 확보해서 해마다 우리 중소기업과 제품들을 세계 바이어들에게 알리는 자리로 활용해 오고 있다.

올해도 수입품 전시관의 한국관이 차려지고, 전자제품, 차량 부품, 기계 등이 전시되는 1기에 참여한 31개 한국 업체 관계자들과 한국관 주관사인 코트라 관계자들이 61개 부스에서 우리 제품들을 알리느라 40℃가 넘는 남방의 더위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올해는 중국 주최 측이 외국기업에게 주는 전시 공간을 줄이는 바람에 코트라가 연초부터 주최 측과 실랑이를 벌이며 61개 부스를 고수할 수 있었다.

31개 한국 기업, 중국의 플랫폼으로 세계 바이어들과 교류
지난 5일 중국 광저우에서 폐막한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 페어) 한국관에서 엔시유 전자 관계자들이 원액기 등 제품들을 외국 바이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지난 5일 중국 광저우에서 폐막한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 페어) 한국관에서 엔시유 전자 관계자들이 원액기 등 제품들을 외국 바이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A구역 2호관에 자리잡은 한국관. 한국관 한쪽 부스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과, 오렌지, 키위 등 과일 등에서 짜낸 주스 맛보고 있었다. 현장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해서 직원들이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었고, 바이어들의 시음과 질문도 이어졌다.

"중국의 비슷한 제품들의 가격이 저희 것의 3분1 이하 수준입니다. 중국산의 품질도 놀랄 정도로 빨리 치고 올라왔어요. 디자인도 거의 우열을 가릴 수 없고요. 그래도 저희 물건들은 잘 나가고, 중국 소비자들도 많이 찾습니다. 결정적인 기술에서 다르거든요. 맛을 보시면 압니다".

스마트 주서기, 원액기 등을 만드는 엔유씨 전자의 임지수 중국 총괄팀장의 말이다. 임 팀장은 "기존 믹서기와는 달리 서서히 눌러서 과일 원액을 짜내는 원액기들이 중국 시장에서도 반향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믹서기들은 커터 회전시 발생되는 열로 인해 과일 맛과 향이 영향을 받지만 원액기는 천천히 짜내다 보니 향과 맛이 그대로 보존된다는 설명이다. 7초 만에 진공상태를 만들어 과일을 블렌딩하는 진공 블렌더도 좋은 식감 유지를 인정받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엔유씨 전자의 원액기 매출액만 750억 원대. 대부분의 한국산 소형 가전들이 중국산에 일찌감치 추월당하고 무너졌지만 이 회사는 차별적인 기술력으로 중국 등에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었다. 패러다임이 다른 기술적 접근으로 차별화와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과 젊은이가 타깃이다. 캔턴 페어 기간에 동남아, 중동, 남미 등의 바이어들을 많이 만났고, 이들을 통해 판로 확대에도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 중국이 마련한 플랫폼을 이용해 선전과 마케팅에 제약을 받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 활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한국 중소기업들, 코트라 주관의 한국관 기반으로 중남미와 중앙아, 아프리카 시장도 개척
김주철 코트라 광저우 무역관장이 지난 4월 19일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 캔톤 페어 1기 기간 중, 전시장에 설치된 한국관 홍보 안내판을 가리키면서 이번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석우기자
김주철 코트라 광저우 무역관장이 지난 4월 19일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 캔톤 페어 1기 기간 중, 전시장에 설치된 한국관 홍보 안내판을 가리키면서 이번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석우기자

한국관의 다른 한편에 있는 맥선. 중국에서는 마이센금속으로 더 알려져 있다. 부탄가스, 휴대용 가스레인지 제조 기업이다. "캔톤 페어에 기회 있을 때 마다 수년 째 참가해 오고 있다. 전세계 바이어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게 강점이다"라고 맥선의 함광호 대련 매니저는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해외 바이어들을 통해 맥선은 지난해 아프리카 수출에서 대박을 쳤다.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 전력과 연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취사용으로 맥선의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불티나게 팔렸다. 판매 신장률이 300%를 넘어선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캔턴 페어 가을전시회 때에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이 기업 부스로 찾아와 인터뷰를 했고, 시청률 높은 시간대에 소개도 했다. 회사의 중국 내수용 제품 브랜드 이름을 한글로 인쇄돼 유통하는 회사 고집도 눈에 띄었다.

다른 한국 부스를 지나치는데 환경미화원들이 쓰는 큰 빗자루와 제설작업용 넉가래 등의 제품을 둘러싸고 해외 바이어들이 상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가족 기업으로 설립자 아들이 영어로 중동의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제품은 비슷해 보여도 빗자루 살의 탄력, 내구성, 쓸어 담는 기능의 차이가 꽤 커서 중국 제품보다 비싸도 기존 바이어들의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캔턴 페어는 광저우에서 열리지만 세계의 바이어들에게 상품을 선을 보이는 장소이다. 코트라의 안간힘속에서도 부스 확대는 하늘의 별따기다. 당초 중국 당국이 자국 상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만든 플랫폼이었는데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 해외 기업들의 제품 전시도 제한적으로 허용한 탓이다.

AI 활용 제품 늘고, 중국·튀르키에 전자제품의 약진 두드러져
지난 5일 중국 광저우에서 폐막한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 페어)에서 한국관을 찾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코트라 직원들이 바이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지난 5일 중국 광저우에서 폐막한 135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 페어)에서 한국관을 찾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코트라 직원들이 바이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일단 캔턴 페어의 부스를 잡으면 그 자체로 상품성을 인정받는 것이어서 부스 확보를 위한 중국 현지 업체들이 경쟁이 치열하다. 부스를 못얻은 중국 일부 기업 직원들은 행사장에 팸플릿과 모형 등을 들고 나와 해외 바이어들을 붙잡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미처 부스를 확보하지 못한 업체들은 부스를 확보한 업체들에게 연락해 부스 권리금을 줄 테니 장소를 양보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하고, 공간을 내어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없느냐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캔턴 페어의 위상을 보여준다. 기본 부스 9㎡ 넓이가 대략 3500만원~4000만원 정도에 호가될 정도이다.

해외업체들의 상품을 전시하는 국제관(수입제품관)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튀르키에, 미국, 독일, 영국 등 50개 국가에서 680여개 업체가 부스를 차리고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국제관의 전자관만 획 돌아봐도 인공지능(AI)의 활용과 핸드폰 등과의 연동 등 중국제품들의 고품질화가 더 두드러졌다. 한국관 옆 튀르키에관은 대대적인 물량 공세로 가전분야 등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개막 직후인 지난 17일 리창 총리가 캔톤 페어를 찾아와 해외 바이어들을 만났다.

리 총리는 “캔톤 페어는 중국이 지속해서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융합해 온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이라며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케아, 월마트 등 기업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대외 개방을 지속 확대하고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및 편의성 증진을 촉진하겠다"라면서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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