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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악성민원 차단 팔 걷었다....욕설 폭언시 통화 종료, 통화내용 전체 녹음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2 12:30

수정 2024.05.02 12:30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 발표
범정부 전담대응팀 운영...피해공무원 구제 '핫라인' 신설 ...경력자 전진 배치
위법행위 기관차원서 고발 등 강력 대응
민원공무원 승점 가산 부여 필수보직기간에도 전보
[파이낸셜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맨 오른쪽)이 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를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행정안전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맨 오른쪽)이 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를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행정안전부

정부는 악성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악성민원이 발생할 경우 조기에 차단하기로 했다.

전화, 인터넷 등 민원신청 수단별로 악성민원 차단 장치도 마련한다. 민원인이 욕설, 협박, 성희롱 등 폭언을 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장시간 통화하는 경우 민원공무원이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특히 경험이 많은 공무원의 전문성을 민원부서에서 활용하고 신규공무원에 대한 민원 대응 교육을 확대하는 등 민원부서의 전체적인 역량을 강화한다.


악성민원 판단 모호...유형별 대응
정부는 이런 내용의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2일 국무총리 주재 제38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했다.

최근 들어 민원인이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로 민원공무원과 민원실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등 다른 민원인들의 민원 처리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지난 2019년 3만8054건에서 2022년에는 4만 1559건으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악성민원 개념을 정립하고 유형별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그간 악성민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유형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예방, 대응이 필요한 악성민원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특이민원 유형을 4개(폭언, 폭행, 장시간 전화, 반복전화)로 분류하고 악성민원을 폭언, 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와 공무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악성민원의 유형을 세분화해 대응방안을 각급 기관에 안내한다.

위법행위는 폭언, 명예훼손, 성희롱, 폭행, 기물파손, 협박 등으로, 공무방해 행위는 반복형, 시간구속형, 부당한 요구 등으로 분류한다.

특히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할 경우 통화를 종료할 수 있도록 하고, 기관별로 통화 1회 권장시간을 설정해 부당한 요구 등으로 권장시간을 초과할 경우 이 역시 통화를 종료할 수 있도록 한다.

온라인 민원창구를 통해 단시간에 대량의 민원을 신청해 업무처리에 의도적으로 큰 지장을 준 경우 시스템 이용에 일시적인 제한을 두고, 방문의 경우에도 사전예약제 등을 통해 1회 권장시간을 설정한다.

악성민원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민원 종결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동일한 내용의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면 종결 가능한데, 동일한 내용인지 판단할 때 민원취지, 배경의 유사성, 업무방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용 동일성의 인정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부당하거나 과다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 청구는 심의회를 거쳐 종결처리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를 마련한다.

통화 녹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민간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민원 통화를 시작할 때부터 내용 전체를 녹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정 공무원 식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기관 홈페이지에 성명 등 공무원 개인정보 공개 수준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기관 차원 대응 강화...민원창구 경력자 우선 배치
무엇보다 기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도록 악성민원 전담 대응조직 중심의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각 기관별로 악성민원 전담 대응팀을 운영하고, 기관 차원에서 대응이 곤란한 민원 대응을 지원하는 범정부 전담 대응팀을 운영한다.

피해공무원이 범정부 전담 대응팀에 즉각적으로 상담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핫라인도 신설하기로 했다.

위법행위에 대해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에서 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피해공무원이 희망하는 경우 고소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민원부서의 역량을 전반적으로 높이기 위해 경력자를 민원부서에 우선 배치하고 신규공무원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을 확대해 퇴직공무원의 경험과 전문성을 민원분야에 적극 활용한다.

신규자 기본교육 시 일반적 민원응대 교육과 함께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체험형 교육을 도입해 현장대응 역량을 높일 예정이다.

비상상황 시 즉시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지자체 민원실과 경찰 간의 연락망을 강화하고
위법행위로 공무원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 적용을 엄격히 해 나가기로 했다.

민원공무원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민원공무원에게 승진 가점을 부여하고 피해를 입은 공무원의 경우, 필수 보직기간 내에도 우선 전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 '민원처리법', '정보공개법' 등 개정이 필요한 법률은 조속히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과제 이행에 속도를 내고, 월별·분기별로 추진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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